나방을 보고 죽었다 하지 말라.
생각해보면 죽음을 죽음이란 말로 덮지 않고
전혀 다른 말로 일으켜 세운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사람들은 죽었다는 말대신
세상을 떴다는 말로 누군가의 마지막 길을
끝이 아니라 이곳을 떠나는 것으로 비유하려 했다.
죽음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났음을 알리는 의식이 아니라
작별이고 이별이었다.
다만 다시는 볼 수 없어 슬픔이 더욱 큰 것일뿐.
또 한 시인이 세상을 떴을 때
그것은 그가 원래 살던 하늘나라로 돌아간 것이었으며,
그래서 그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귀천이었다.
그러니 작은 나방 한마리가 나뭇잎이 다진 가을숲에
죽어있었다고 하지 말라.
떨어진 낙엽을 보고 나뭇잎이 졌다고는 말해도
어느 누구도 나뭇잎이 모두 죽었다고 말하진 않는다.
그러니 나방은 죽은 것이 아니다.
나방은 가을이 오자
숲에 낙엽처럼 누운 것이다.
나방은 한잎의 낙엽으로 누워
길고 오랜 잠을 자며 땅속으로 돌아갈 것이며
그 잠은 겨우내 계속 되었다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새롭게 태어난 다른 나방으로 날개짓으로
다시 깨어날 것이다.
나방은 가을에 낙엽처럼 눕고
봄에 새순처럼 일어난다.
2 thoughts on “낙엽처럼 눕다”
오십이 되기 전엔 거의 생각하지 않던 것들 중 하나였는데,
전과는 다르게 종종 상념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주제 중 하나에요.
떴다, 떠나다, 헤어지다, 돌아가다, 눕다… 아름다운 표현들이 많네요.
알던 시인들이 나이를 먹긴 먹었는지 이제 종종 시에 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주제들이 등장하더라구요. 너나없이 나이를 먹나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