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담아낸 미니어쳐 피규어 – 김세랑 개인전

Photo by Kim Dong Won
미니어쳐 피규어 예술가 김세랑
2012년 12월 2일 서울 보성고 100주년 기념관내 청아 갤러리에서

오래간만에 김세랑을 만났다.
그의 개인전에서 였다.
보성고의 100주년 기념관 내에 있는 청아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김세랑은 미니어쳐 피규어(miniature figure)라는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가이다.
소형 인물 모형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인물을 아주 작은 크기로 만들어낸다.
처음에 보면 어떤 인물의 모형을
실제와 아주 흡사하게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보인다.
미술로 치면 극사실주의와 비교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진다.
사실 내가 그동안 그림을 마주하면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작품 가운데 하나가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불리는 극사실주의 작품이었다.
극사실주의 계열의 그림에선, 만약 포도 그림이라고 하면
마치 포도 사진처럼 그려진다.
다소 떨어져서 보면 영락없는 사진인데
가까이 가면 그림이란 점이 확인이 된다.
그 점 때문에 나는 극사실주의의 그림을 볼 때면
가까이 두면 그림이 되고 좀 떨어지면 현실로 보이는 거리의 긴장 관계를
예술의 장르 중 하나로 즐겨보라는 시도에서
극사실주의가 탄생한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하곤 했었다.
그러니까 현실을 세밀한 붓의 관심을 통해
예술로 전환시켜 보자는 것이 극사실주의의 꿈이랄까.
김세랑의 인물 모형 작품들도 처음에는 극사실주의 미술처럼
아주 현실적 인물들과 흡사하다는 점으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김세랑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의 작품들이 단순한 인물의 재현 이상이란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나는 그에게 베토벤의 머리 옆으로 나온 나팔 같은 것이 궁금하여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그것이 보청기라며 베토벤의 보청기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자세하게 진행된 그의 설명을 통하여 나는
베토벤이 두 가지의 보청기를 사용했으며,
음악에 따라 다른 보청기를 사용했다는 얘기 등등을 들었다.
그는 단순히 어떤 인물과 그가 사용하던 물건을
똑같은 모습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의 삶을 축소된 모형 속에 마치 응집된 시처럼 담아낸다.
때문에 그가 재현해낸 인물들은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모습과 약간의 차이를 보일 때가 종종 있다.
그건 단순히 모습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그가 그들의 모습을 재현하면서 모습만 비슷하게 만들어낸 것이라
동시에 그들의 삶을 그 작은 모형 속에 담았기 때문이다.
작은 모형 속에 응집되게 담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작품에서 곧바로 읽어낸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작품에 대해 궁금해 하면 그는 절대로 500원을 요구하지 않고
아주 친절하게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그 설명은 사실은 그 작품으로 응집된 어떤 인물에 대한 삶이다.
작품을 만들면서 그가 어떤 인물의 모습이 아니라
그의 삶을 아주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그 순간은
놀랍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즐겁다.
난 아직 그의 작품들을 내 혼자 읽어낼 능력은 되질 않아
작품 앞에서 작품의 해제를 그에게 부탁하며 감상을 했다.
간만에 만나 가진 즐거운 시간이었다.
베토벤의 작품 앞에서 그의 삶 속으로 여행했으며,
지미 헨드릭스의 작품 앞에서도 그의 삶과 음악 속을 여행했다.

Photo by Kim Dong Won
작품에 대해 궁금해 하면 전혀 500원을 요구하지 않고
친절하고 자세하게 작품에 대해 설명해준다.
설명을 통하여 작품이 된 인물의 삶 속으로 여행할 수 있다.
맨 오른쪽이 김세랑.
2012년 12월 2일 서울 보성고 100주년 기념관내 청아 갤러리에서
Photo by Kim Dong Won
전시 작품 중 하나인 반 고흐.
2012년 12월 2일 서울 보성고 100주년 기념관내 청아 갤러리에서

**전시는 다음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전시명: 미니어쳐 피규어 예술가 김세랑 개인전
-장소: 보성고 100주년 기념관내 청아 아트센터
-전시 기간: 2012년 11월 30일 금요일~2012년 12월 16일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은 휴관)
-입장료: 무료
-작가 홈페이지: Serang World

6 thoughts on “삶을 담아낸 미니어쳐 피규어 – 김세랑 개인전

  1. 미술작가의 전시회를 사람들은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전시회를 관객과 작가간의 상호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미술의 난해함과 불친절한 작가, 권위적이고 지나치게 엄숙한 전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이런 소통은 찾아보기 어렵죠.
    작품을 매개로 한 작가와 불특정 관객들과의 소통… 이 얼마나 멋진 모습입니까.

    이번 전시의 목적을 단 한컷에 담아낸 동원님의 절묘한 사진에 경의를 표합니다!

    1. 요즘은 많이 변해서 그런지 미술관에 가면 화가들도 잘 설명을 해주더라구요. 특히 내가 아는 분들은 자기 작품의 의도를 잘 설명해주곤 했어요. 그때마다 저는 좋았구요. 좋은 예술가를 만나서 얘기듣고 덕택에 작품에 대한 이해를 폭을 넓히는 것은 관객을 위해서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앞으로 좋은 작품 활동 펼치길 빌께요.

  2. 우선 제가 다닌 학교에 이런 전시장이 있었다는 게 흥미롭군요. 저는 이 학교가
    이곳으로 옮겨오기 전 혜화동에 있을 때 다니곤 여긴 안 가 봤는데, 발걸음을 해볼까 하게 만드시는군요. 작가의 패션과 포스가 맘에 듭니다.ㅋㅋ
    작품 위에 붙인 랑 자 스티커도 재밌네요.

    1. 작가는 주말에만 나와 있어요.
      저도 갤러리 들어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저녁 때 함께 술한잔 했죠.
      보성고에 차대고 관람하면 되더라구요.
      거의 5년만에 만난 것 같은데 그동안 아이들 키우면서 살아온 얘기도 듣고 아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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