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자 세상은 모두 눈에 덮였다.
하지만 그때부터 햇볕은 알고 있다.
그 눈 속에서 세상이 새롭게 발굴된다는 것을.
그리하여 햇볕은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으로
눈을 조심스럽게 살살헤쳐 무엇인가를 발굴해낸다.
그리하여 내가 보았다.
햇볕이 발굴해낸 노란 가을을.
눈에 덮인 한겨울의 밭에선
한때 세상을 뒤덮었던 가을이
헷볕의 손에서 노랗게 발굴되고 있었다.
햇볕의 발굴은 계속 이어진다.
이번에는 작은 조약돌이다.
커다란 바위에서 부서져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길고 오랜 세월의 길에서
밭에 잠시 머물고 있던 작은 조약돌이었다.
조약돌이 아직은 바위의 기억을
손에 동그랗고 단단하게 말아쥐고 있었다.
겨울이 오면 눈은 세상을 덮고
햇볕은 눈에 덮인 세상에서
세상을 다시 발굴해낸다.
2 thoughts on “눈과 햇볕”
저도 어제 점심때 오랜만에 눈이 내린 사무실 옆산에 갔다가 이런 발굴현장 몇 군데
봤습니다.^^ 지극히 평범해 스쳐지나갔는데, 이런 화두를 꺼내실 줄은 몰랐네요.
일 때문에 계속 집에만 있었더니 너무 답답해서 어제는 둘이 팔당댐 있는 곳까지 나갔다 왔습니다. 눈이 덮여있는 밭하고 논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아주 좋더라구요. 감성 돋던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