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사랑을 낚고 있었다.
빈말이 아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하여
이들의 뒤쪽에서 꽤 오랫동안 서 있었다.
원래는 남자가 오른쪽에 앉아 있었고
여자는 왼쪽으로 앉아 있었다.
한눈에 연인의 느낌으로 와 닿았다.
사진을 찍으려고 두 사람에게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었으나
갑자기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른쪽에 앉아 있던 남자는
한참 동안 낚시의 찌를 살피고
미끼를 끼우는 작업을 했다.
상당히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작업이 완료되자 남자는
미끼를 새로 끼운 낚싯대를 여자에게 건네주고,
그동안 여자가 잡고 있던 왼쪽의 낚싯대를 건져
상태를 한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그 낚싯대를 다시 던져놓고
나란히 여자의 곁으로 자리를 잡았다.
나는 그제서야 둘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여자의 머리를 빈틈없이 감싸고 있는 털모자도
남자가 미리 신경쓴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자에게선 남자의 취미에 시간을 내준 배려가 보였고
남자에게서도 물고기를 낚아 올릴 때의 기쁨을
여자의 손에 쥐어주려는 배려가 보였다.
아마 가끔 어떤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기도 할 것이다.
둘의 사랑을 좀더 가까이 보겠다고
파도가 일렁거리며 고개를 들기 때문에
물결이 일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둘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지만
사실은 둘의 사랑을 낚고 있었다.
2 thoughts on “연인의 낚시”
뭘 좀 잡았으려나요? 두 사람의 사랑과 시간은 확실히 잡았을 것 같은데,
횟감이나 매운탕꺼리도 제법 잡았을 테죠?
이곳에 사는 친구가 언제든지 내려올 때 미리 연락하고 오면 자기가 낚싯대들고 나가서 물고기좀 잡아 놓겠다고 하더라구요. 사먹지 않고 이렇게 낚아서 먹는 것도 재미날 듯 싶어요. 아마 많이 잡았을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