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아, 돌멩아,
그래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얼음을 그렇게 팍 찍었냐?
아, 글쎄, 내 말 좀 들어봐요.
한강에 얼음이 어니까
사람들이 모두 그 두께를 궁금해 하는 거예요.
두께가 궁금하면 물에 빠지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들 발로 두들겨 보던가 그래야 하는 거 아녜요.
그런데 나보고 얼음의 두께좀 알아보라는 거예요.
그냥 알아보라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뒤에서 내 등을 팍 밀더라구요.
그래서 엉겹결에 제가
얼음판 위로 뛰어들고 말았어요.
난 생각이 많아서
두께를 이마로 재잖아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얼음판을 이렇게
이마로 팍 찍고 말았어요.
추위가 엄청난가 봐요.
두께가 상당하네요.
사람들은 두께를 궁금해하여
얼음의 두께좀 알아보라고 돌멩이를 밀었지만
곧 날이 풀리면
돌멩이는 얼음의 두께 대신
물의 깊이를 궁금해할 것이다.
돌멩이는 알고 있다.
깊이가 깊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굳이 돌멩이를 시켜 두께를 알아보지 않고
스스로 발끝으로 얼음 위를 더듬어 두께를 짐작했을 것이란 사실을.
얇은 두께는 깊이에 대한 두려움을 만든다.
그 두려움이 돌멩이의 등을 밀게 만든다.
등이 밀려 얼음판 위로 들어간 돌멩이는
얼음의 두께는 이마로 더듬어 알아내지만
물의 깊이는 온몸으로 물의 품을 깊숙이 더듬어 알아낸다.
그러나 두께는 알려주어도
깊이는 알고 나서도
사람들에게 알려주질 않을 것이다.
강에는 단순히 칫수로 알아내는 깊이 이상의 깊이가 있고
그 깊이는 스스로 닿아야 하는 것이기에 그럴 것이다.
강은 원래 깊이만 갖고 흐르지만
겨울의 강은 잠시 그 깊이를 두께 밑에 숨겨둔다.
2 thoughts on “두께와 깊이”
짱돌의 이마에 혹이나 안 생겼는지 모르겠는데요.^^
종으로는 두께와 깊이를, 횡으로는 흐름과 폭을 갖는 강물엔
생각보다 생각할 꺼리들이 많이 있는데요.
강은 좋은 사유의 장소 같습니다.
저는 깊이와 두께만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흐름과 폭도 있군요.
흐름은 정지와 속도에 관련될테구요.
겨울의 강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