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시골의 들녘을 지나다 보면
밭에 버려진 무를 만난다.
그러면 애써 농사지은 농부님들의 노고에 생각이 미치고
버려진 무는 안타까움이 된다.
하지만 무의 입장에서 보자면
밭에 버려진 무는
제 생명을 주어진대로 다 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말하자면 자연사한 무랄까.
무는 버려지지 않는 이상
자연사하기가 어렵다.
항상 가장 잘 익었을 때 밭에서 불려나와
우리의 입맛을 채워주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다.
사람사는 세상에선 자연사가 큰 축복이지만
무가 자연사를 하면
무를 키운 농부의 마음이 많이 아프다.
농부에게 무의 자연사는
주어진 생명을 다 누린 것이 아니라
사실은 버려진 죽음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간 세상에서도 그렇다.
아무리 자연사라 해도 죽음이 버려지면
슬픔은 말할 수 없이 커진다.
하지만 실제로 자연사한 무의 입장이 어떤지
나는 그건 잘 모르겠다.
가끔 자연의 입장은 어떨까를 생각해보면
우리의 자연스런 생각도
그냥 완고한 우리의 입장이 아닐까 싶어진다.
강원도의 어느 시골 마을을 지날 때
밭에서 자연사한 무들이
나의 완고한 생각들을 뒤흔들고 있었다.
2 thoughts on “무의 자연사”
요즘 무 값이 제법 나가는 편인데, 저 녀석들은 때를 잘못 만나 제대로 빛을 보지
못 하고 한켠에 버려졌군요. 갑자기 시원한 무국이 먹고 싶어지는 식탐 발동.^^
이곳도 거의 산꼬라뎅이인데..
지금은 어디쯤인지 찾아가도 여기가 거긴가 할 듯 싶어요.
무값 좋을 때 도시 구경 한번해야 무가 출세하는 건데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