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겠지만
한때 나는 새였다.
내가 새였던 시절,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은
넓고 푸른 하늘이었다.
하늘은 항상 내 머리맡에 펼쳐져 있었지만
나에겐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난 새였지만 날개가 없었기에.
그래서 난 날개 없이도
얼마든지 날 수 있는 하늘을 갖고 싶었다.
그러니 그 하늘은 무엇보다
이 지상의 중력을 없애
나를 이 땅에 옭아맨
중력의 사슬을 지워줄 하늘이어야 했다.
중력이 지워지면
나는 그냥 지면을 한번 툭 걷어차는 것으로
마치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하늘로 두둥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새처럼 빠르거나
돌고래처럼 날렵하진 못해도
천천히 허공을 유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날개 없는 나도
얼마든지 날 수 있는 하늘을 갖고 싶었다.
처음에 내게 온 그녀가 바로 그 하늘이었다.
난 그녀와 있으면 언제든지 하늘을 날 수 있었다.
난 그녀가 나를 옭아맨 지상의 중력을 지워주었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나는 그녀의 하늘에서 지상으로 추락했다.
놀랍게도 나를 끌어내린 자리에
몸이 무겁고 뚱뚱한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그녀 자체가 지상의 중력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그녀의 하늘을 날았던 것일까.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녀와 있을 때 내 스스로 몸의 무게를 비웠다는 것을.
그 가벼운 무게는 아무도 끌어내릴 수 없었으나
세상에 오직 한 사람,
그녀의 중력은 나의 가벼운 무게에까지도 자장이 미쳤다.
무게를 완전히 비울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당분간 그녀의 중력에 몸을 의탁한채 살아보기로 했다.
내 몸의 무게를 스스로의 환각으로 지운 날의 환희보다
아마도 그녀가 지워준 무중력의 하늘을 나는 것이
훨씬 더 환희에 찬 순간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날이 온다면
아마도 그날은 그녀도 스스로의 무게를 버리고
함께 하늘을 날고 있는 날이 될지도 모른다.
4 thoughts on “새”
새의 영혼을 가졌군요..
비록 육신은 땅을 딛고 서 있을지라도
영혼은 이미 중력을 거부한채
하늘을 유영하겠지요~~^^.
즐거운 주말 되십시요 ^^.
주말 즐겁게 보내시길요. ^^
새 사진 잘 찍는 분들, 부럽습니다. 날개도 없지만 새와 함께 창공을 유영하는
기분이면 흔들리지 않는 좋은 새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발을 땅에
굳게 디딘 채 경직되면서 새의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요런거야 뭐 카마레와 렌즈덕이죠.
바닷가의 방파제에 서 있는데 머리 위로 날아가더라구요.
연속적으로 한 열장은 찍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