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다.
눈이 온 날에는 세상의 모든 연인들이
서로를 만나고 싶어한다.
나도 빠지지 않고 그 대열에 합류하여
열일을 제쳐두고 그대를 만나야 한다.
듣기로는 어떤 연인들은
첫눈이 오는 날, 어디서 만나기로
미리 약속을 잡아두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눈이 오는 날로 날을 잡아
연인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것은
그 이유가 딱 하나.
바로 우리들이 사랑할 때
사랑하는 사람도
눈처럼 우리에게 오기 때문이다.
눈이 오면 매일 수없이 다니던 길도
순백의 색으로 치장을 하고
한번도 걸어간 적 없는
새로운 길로 반짝이기 시작한다.
매일 보던 골목길도
전혀 다른 치장을 하고
우리의 눈을 부시게 한다.
그대를 만나
우리가 사랑을 했던 날,
세상이 그랬다.
눈에 익어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던 세상이
갑자기 빛을 내기 시작했다.
눈이 오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세상이 빛난 것을 보면
그대가 눈으로 우리의 세상에 온 것이 틀림이 없다.
그러니 눈이 온 날은
그대를 만나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너를 만나 사랑에 빠지던 날,
세상이 바로 이렇게 한순간에 바뀌며
반짝반짝 빛을 내기 시작했다고.
눈이 온 날,
내가 그대를 만나야 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날의 내 앞에
그대가 어떻게 나타났는가를
눈온 날의 세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러니 눈온 날엔
모든 일을 제쳐두고 그대를 만나야 한다.
4 thoughts on “눈온 날”
그래서 그대를 만나셨는지요?^^
어제도 종로에서 술 마시다 눈이 와서
전화 번호를 하나 골라 전화를 했는데
음악 소리만 흘러나오고 전화를 안받더군요.
결국 남자들 끼리만 술마시고 말았죠, 뭐.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되는것은 눈도 사랑도 마찬가지인듯하네요.
눈과 사랑이 그러고 보니 비슷한 속성도 있었네요~~
아침 일찍 나섰더니
정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걸어갔던 길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되어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