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강기원은 비가 내리는 날 지상으로 내리꽂히는 빗줄기에서
“하늘이 내던진 빛나는 피리”를 본다.
때문에 그녀에게 있어 비를 맞는다는 것은 비에 젖는 것이 아니라
비를 맞으며 구멍이 숭숭 뚫리는 느낌으로 이어졌고
결국 그 느낌의 끝에서 그녀는 피리가 되었다.
비는 그렇게 또 다른 상상력의 도화선이 되곤 한다.
하루 종일 그 비가 내리다 잠깐 그치고 나면 나뭇잎의 어디에나 물방울 잔치이다.
그 물방울로 사랑의 연서를 엮었다.
처음 당신을 만나고 돌아올 때
가슴에 무엇인가 소중한 것이 영글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열어보았더니 맑고 투명한 물방울 하나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습니다.
그 영롱한 물방울은 며칠이 지나자 사라졌지만
또 다시 당신을 만나고 들어오던 날
기쁘고 행복한 내 가슴의 한편으로 그 느낌이 역력했습니다.
열어보니 다시 그곳에 맑고 투명한 물방울이 영글어 있었습니다.
당신을 만날 때마다 그것은 내 가슴에 영글었고
그렇게 며칠을 가곤 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것은 두개씩 영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당신을 만나러 갈 때의 설레임 속에서 영글었고,
하나는 예전처럼 당신을 만나고 들어올 때의 행복함 속에서 영글었습니다.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 영롱한 물방울이 사라지기 전에 매일매일 당신을 만나
가슴에 한가득 그것을 잉태하는 꿈이었슴니다.
알고 보면 당신이 내 가슴의 주인이 되는 꿈입니다.
처음엔 작았던 그 물방울이 점점 몸을 불리더니
어느 날 이만큼 커졌습니다.
이제 내 생에 당신을 담을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사랑이 커졌다는 뜻일까요.
아마도 그런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당신은 이제 제 삶의 일부였습니다.
내 가슴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그곳에 깊이 박혀있었습니다.
바람이 흔들어도 가슴을 모아 당신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
그러나 비가 내려 물방울이 그 꽃에 목걸이처럼 드리우면
잠깐 그 꽃은 당신의 꽃입니다.
나라꽃도 잠깐씩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사랑을 위하여 기꺼이 나라를 접고
그들만의 사랑의 꽃이 되어 줍니다.
항상 물방울은 내 가슴의 대지에 보석처럼 영그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느날 무게를 못이겨 떨어질 듯 흔들리고 있는 물방울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물방울이 나뭇잎 끝에서 떨어질 듯 흔들릴 때마다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하나는 아슬아슬한 긴장과 불안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그 불안과 긴장도 아름답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을 만나 항상 행복했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요.
가시에 찔린 듯 아픈 날들도 많이 있었지요.
그러나 경이로운 것은 그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끝에 영롱한 보석을 하나씩 잉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랑 속에선 그렇게 아픔도 투명한 결정으로 영그는가 봅니다.
가는 초록의 줄기를 타고 물방울들이 영글어 있습니다.
당신을 처음 만나던 날(그날 나는 무려 10시간 여를 내내 떠들었고,
당신은 그저 “녜”, “그래요”의 두 마디를 단조롭게 반복하면서
내 얘기를 모두 들어주었지요),
당신과 처음 입술을 나누던 날(어딘지 잘 기억은 안나내요.
처음처럼 너무 많이 했나봐요.
아마 한내로 여행갔을 때 아니었을까요),
당신이 처음 우리의 아이를 낳던 날(이 날을 생각하면 사실 좀 미안해요),
당신이 처음…
물방울을 세며 추억을 들추어보니
옛일이 하나하나 끊임없이 고개를 듭니다.
투명한 무지개를 엮고도 남습니다.
잠자리 한마리가 빗속에서 숨을 죽이고
나뭇가지 끝의 불안을 의지하여 앉아있습니다.
그의 날개끝에 작은 빗방울이 여기저기 맺혀 있습니다.
잠자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내가 마음에 품었던 그 물방울이 저렇게 날개까지 내비치나 봅니다.
비가 그치면 날개에 맺힌 그 물방울을 보여주고 싶은 사랑을 찾아
물방울이 가져다줄 무게의 힘겨움도 마다앉고
훨훨 날아오르겠지요.
항상 제 가슴만 들여다보던 시선을 위로 들었습니다.
나뭇잎의 가는 실핏줄이 보입니다.
그 끝에 물방울이 맺혀 있습니다.
혹 저 물방울은 나뭇잎의 실핏줄이 제 몸에서 만들어 열심히 실어나르며 키운 것은 아닐까요.
사랑은 어느 날 하늘로부터 내게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기쁘고 행복하고 아픈 나날을 살면서
내 몸의 실핏줄이 그 모든 날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실어날라
내 삶의 나뭇잎 끝에 투명한 결정체로 하나둘 매달아 가는 것은 아닐까요.
사랑은 그렇게 그대에 대한 내 마음을 실어날라 제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보면 당신은 작아도 내가 빚어낸 소중한 나의 사랑입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13 thoughts on “빗방울로 엮은 사랑 연서”
찾아주시니 고맙습니다.
가끔 들러서 마음의 위안이라도 챙길 수 있다면 저로서는 더없는 행복입니다.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바람 불고 먹구름이 끼고 난리법석을 피우는 사이어느세 햇님이 방긋~ 미소를 머금고 있으니~~
삶의 회환을 느끼며^^
김동원님~!!
정원을 산책하며
그래도 아름다운 세상 느껴 봅니다~^*
늘 건강 하시고~
좋은글 사진 함께 하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행복하십시요~~**;
참 아름다운 사랑느끼며~~
배워갑니다~^*
아름다움과 따듯함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 주셔서
넘~넘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요즘 잘 지내냐.
엄마한테, 전화나 한번 하지 그러셔.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게 여기는 것 같던데.
누구 오빤지..사진 진짜 잘 찍고 글 느므느므 잘 쓴다~~앙
이게 독립된 블로그라 네이버로는 어떻게 옮겨가야 하는 것인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네이버의 블로그는 글을 올릴 때 페이지 주소를 링크시키는 기능이 있던 거 같던데 네이버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도 잘은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퍼가고 싶은데 어떻게 퍼가요???퍼가는 법 가르쳐주세요~ㅠ_ㅠ
가져가시는 것은 관계없는데
출처는 밝혀주세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쓰신다면 출처를 안밝혀도 됩니다.
가령 아내나 남편, 또는 연인에게 사랑 고백용으로 쓰시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글좀 가져가고 싶은데 안되나요?
우리 finder의 대장님이 오셨다가 가셨군요.
넘 멋지네요..
물방울 사진은 이것저것 생각할게 꽤 많이 있던데..
좋은 구경 잘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