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명동,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려한 거리.
큰길의 가게들은
분명하게 선을 갈라
자기 구역을 확실하게 나눈다.
상점들은 모두 때빼고 광을 낸 뒤에
잔뜩 폼을 잡고 늘어서 있다.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기로 치자면
큰길의 상점들을 어느 곳이 따를까 싶어진다.
그러나 큰길에선 여기저기서 공사이다.
그 유혹으로도 손님을 끌지 못해
상점들이 곧잘 문을 닫고
새로운 가게로 뒤바뀐다.
그 명동에도 뒷골목이 있다.
큰길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뒷골목의 가게들도
자기 자리를 나누어 갖고 있을텐데
골목을 들여다보는 순간,
뒷골목의 가게들은 서로 뒤엉켜
너나 없이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얽히고 설키면서
오랜 세월을 견디는 것이
바로 골목의 삶이다.
큰길은 손님을 부르는 소리가
어지럽게 뒤섞이는 다급한 삶의 세상이지만
골목에선 오랜 세월 알아서 찾아올 사람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놓은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길 기다리며
조용히 견뎌가는 삶이 오늘도 이어진다.
얼굴은 익힐 필요도 없고
물건 하나를 더 팔아야 하는 삶이 큰길을 지배한다면
오래간만에 오셨네요 하면서
들어오는 사람을 반길 듯한 오랜 인연의 삶이
사람의 체온을 간직한채
골목이란 이름으로 아직 남아있다.
2 thoughts on “골목의 삶”
종종 저도 골목길을 가 보곤 하는데, 확실히 큰 길과 다른 풍경과 정서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낯선 듯 하다가 이내 익숙하고 편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게 저희
세대 정서 아닐까 싶구요. 좁은 길에 어지럽게 얽혀 있는 전기줄이며 간판들이
설날 오기 전 동짓달 그믐녘의 정서를 묘하게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명동은 이제 한국 사람은 별로 없고
일본인과 중국인들을 상대로한 국제적인 상업지구 같더라구요.
바깥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간만에 명동이나 가볼까 하고 갔는데
졸지에 골목길 투어가 되어 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