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친구에게 받은 술선물, 다싸이 48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2월 24일 우리 집에서

트위터 친구에게서 술을 선물받았다.
술의 이름은 다싸이 48.
일본의 전통술인 사케이다.
술을 선물받게 된 사연은 트위터로부터 시작되었다.
트위터를 하게 되면서
외국 친구들을 몇 명 사귀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어로 트위터를 하다 보니
외국 친구들이 한국말을 하기 전에는
소통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한국말을 쓰는 일본 친구를 알게 되었다.
여자분이다.
이름은 마사코 사이토(@masako0105)이다.
자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친해졌고
급한 일이 있을 때 부탁하여 신세를 지기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한국오면 연락하라고 했고
결국 한국 나오는 길의 일정을 하루 얻어내
하루를 함께 보내게 되었다.
만나보니 말을 나누기에는 한국어가 능숙하질 않아
일본에서 3년반을 생활한 딸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런데 오는 길에 선물을 한보따리 들고 왔다.
그 중에 일본 술인 사케가 한병 들어있었다.
댓병이었다.
어릴 적에는 흔하게 보았지만
지금은 거의 볼 수 없게 된 댓병이다.
오기 전에 트위터에서 얘기를 나누며 미리 언질을 받았기 때문에
술을 선물로 사오리란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큰 병으로 들고 올 줄은 상상을 못했다.
들고 오는데 상당히 무거웠다고 고백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진 마음에 술을 끌어안고 자겠다고 했더니
이 술은 차게 해서 먹어야 한단다.
할 수 없이 냉장고에 넣었다.
때문에 냉장고에서 꺼내면 싸늘하다.
그러나 속으로 넘기고 나면
싸늘함은 어디로가고 이내 뜨거움으로 나를 안아준다.
이 술은 얼굴 표정은 싸늘하지만
실제로는 속에서 나를 안아주는 따뜻함을 가진 술이다.
다싸이란 술의 이름을 한문으로 표기하고
그것을 우리 식으로 읽으면 달제(獺祭)가 된다.
한문만으로 보자면 수달의 축제란 뜻이다.
이 이름의 기원은 부분적으로는
현재 야마구치현에 있는 한 지역의 옛날 이름이라고 한다.
오래 전 그곳에는 강에 수달들이 많이 살았고
수달들은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마치 축제라도 하듯 강변에 늘어놓곤 했다.
결국 그 장면이 일본의 옛날 시에서 “수달의 축제”로 등장하곤 했다.
그리고 그 시어는 오늘날에 와 술의 이름이 되었다.
이와 함께 이 술의 이름은 또다른 기원을 갖고 있다.
1세기 전 일본에 살았던
마사오카 시키라는 이름의 유명한 하이쿠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그의 이름 대신 다싸이, 즉 달제라고 불리곤 했다.
그가 마치 수달이 물고기를 늘어놓듯이
자신이 읽던 책을 그의 방바닥에 여기저기 늘어놓는 경향이 있어
거의 걸어다닐 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사오카는 그의 시대에 일본 문학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킨 사람이다.
내가 선물받은 술을 만드는 아사이 슈조라는 회사는
그런 의미에서 사케의 세계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켜보겠다는 꿈으로
술의 이름을 다싸이로 정했다고 한다.
이 술은 완전히 손으로 빚어낸다고 한다.
나로선 귀한 술을 선물받은 셈이다.
술을 만들어낸 회사는 이 술을 가리켜
벌컥벌컥 들이키라고 만든 술이 아니며
팔려고 만든 술도 아니며
조금씩 천천히 마시며 음미하라고 만든 술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랴, 한잔 마시고 나면
곧바로 또 한잔을 마시고 싶어진다.
싸늘하게 등돌리고 있지만
안아서 속으로 품으면 어느새 뜨겁게 나를 안는다.
이거 다 마시면 술의 기운으로 혹시 혁명적 글쓰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

6 thoughts on “트위터 친구에게 받은 술선물, 다싸이 48

  1. 어려운 한자로 돼 있어 그냥 보면 일본쌀로 만든 술 정도로만 보이겠어요.
    작은 병으로 가져오실 수도 있었을 텐데, 약주 좋아하는 친구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는 분인데요.^^ 아사이 슈조사의 제조철학이 맘에 듭니다.

    1. 앗, 그러고보니 한국왔을 때 폭탄주 마셔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만 그걸 대접 못했네요.
      팔려고 만든 술이 아닌게 분명한거 같아요.
      무지 비싼 거 같더라구요.
      팔려는 사람은 싸게 만드는 법이 잖아요.
      아까워서 천천히 마셔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시고 나면 또 마시고 싶고.. ㅋㅋ

  2. 아마도요..
    소주 한잔이라도 30분간 조금씩 나눠 마시다 보면 소주맛이 재대로 나게 되니까요.
    이 선물 주신 사케도 한잔으로 30분 이상 음미 하면 그 맛이 아주 그냥 녹아들듯합니다.

    더구나 마찬가지로 시를 읽을때 오래 오래 잘근잘근 단물 나올때까지 돌리다보면 뭔가 나오는 것처럼요..ㅎㅎㅎ
    (학교 다닐때 국어 교과서에 있는 시를 전부 잘못배워서 ..다시 배워야 할듯해서요..ㅎㅎㅎㅎ)

    1. 소주와 달리 이건 발효시킨 술이라서 화학주와는 좀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자연스럽다고나 할까요.
      한잔 마시고 나면 입안에 그 맛이 상당히 오래 남더라구요.
      좋은 친구를 두었더니 아주 큰 호강을 하고 있습니다.

  3. 저도 이름의 의미 몰랐지만 마사오카 시키와 관계 있었어요.. 좋은 문장 쓰는 사람에게 딱 맞는 술이었습니다^^ 과거 트위로 썼지만 일본술은 몸의 중심으로부터 천천히 천천히 따뜻해진다고 느낍니다. 그것이 소주에서는 맛보는 것이 없는 감각이었습니다.. 일본술는 유명한 이름 술도 많아요. 久保田、八海山、越乃寒梅 etc..
    ‘獺祭’ 들었던 적이 없었지만 너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1. 귀한 선물 감사합니다. 글쓰는 저에게 딱 어울리는 술 같아요. 한잔 따라서 조금씩 마시면서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기도 했어요. 마치 글의 축제를 벌이듯이.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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