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선명했던 붉은 하늘이
빛이 바래면서 딱딱하게 굳어졌다.
굳어진 하늘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날이 풀린 2월의 어느 날,
강변으로 가는 길에
빛이 바랜 노을을 안고
하늘이 무겁게 누워있었다.
사람들은 진창길을 피해
그 빛바랜 붉은 하늘을 밟고 다녔다.
하늘은 하늘이라
눈이 내리고 난 뒤끝에서
그 하늘에 얼음 구름이 둥둥 떴다.
구름은 질퍽하게 녹아내리며
붉은 하늘을 적셨다.
하늘과 구름이 모두
말이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진창길만 피할 수 있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좋았다.
2 thoughts on “빛바랜 붉은 보도와 질퍽한 눈”
여름에 비가 많이 와도 질퍽한 진창길이 생기지만,
겨울이 끝나가는 이즈음의 산길도 진창을 이룬 경우가 많지요.
그래도 여긴 보도라서 그런지 형편이 조금 낫군요.
ice clouds in pale red sky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