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붉은 보도와 질퍽한 눈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2월 22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노을이 선명했던 붉은 하늘이
빛이 바래면서 딱딱하게 굳어졌다.
굳어진 하늘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날이 풀린 2월의 어느 날,
강변으로 가는 길에
빛이 바랜 노을을 안고
하늘이 무겁게 누워있었다.
사람들은 진창길을 피해
그 빛바랜 붉은 하늘을 밟고 다녔다.
하늘은 하늘이라
눈이 내리고 난 뒤끝에서
그 하늘에 얼음 구름이 둥둥 떴다.
구름은 질퍽하게 녹아내리며
붉은 하늘을 적셨다.
하늘과 구름이 모두
말이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진창길만 피할 수 있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좋았다.

2 thoughts on “빛바랜 붉은 보도와 질퍽한 눈

  1. 여름에 비가 많이 와도 질퍽한 진창길이 생기지만,
    겨울이 끝나가는 이즈음의 산길도 진창을 이룬 경우가 많지요.
    그래도 여긴 보도라서 그런지 형편이 조금 낫군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