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낮잠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27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백수의 왕에게
무서울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백수의 왕도
쏟아지는 잠 앞에선
품위고 뭐고 없다.
모든 걸 다 팽개치고
그저 그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잠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이길 수 없는 잠이라고 해도
도대체 이게 뭐하자는 자세란 말인가.
무섭구나, 그 잠이라는 놈.

누가 사자의 잠을
바깥에 내다 버렸는가.
가끔 잠은 이렇게
팽개치듯 바깥으로 버려지기도 한다.
집에서 쫓겨나면
우리 누구나 저렇게 되는 것
한순간이겠지.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27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4 thoughts on “사자의 낮잠

  1. 탁 트인 초원을 누비고 다녔을 녀석들에게 동물원 잔디는 절로 하품나게 하나 봐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자도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의 압력엔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되는군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