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그림자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4월 9일 서울 천호동의 우성아파트에서
목련

아침 나절의 창에
꽃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꽃 그림자 속에선
꽃들이 어른거렸다.
창속의 꽃은 희미했으나
그림자 속에선 선명했다.
나도 빛을 등지고
창 앞에 서면
내 그림자 속에
내가 서 있을 것이다.
혹시 내 그림자가 하루 종일
나를 끌어안고 나를 따라다니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그때마다 나를
챙겨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가 나를 잃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나를 잘 보관했다 돌려주는
나의 그림자 덕이다.

2 thoughts on “꽃과 그림자

  1. 갑자기 그림자라는 친구가 든든하게 여겨지는데요.^^
    요즘 날씨 탓인지 창가에 어린 꽃들에 꼭 눈발이 날리는 것 같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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