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다.
봄을 맞기 위해
몸을 한껏 뒤챈
논들의 사이로
논둑길이 흘러간다.
전철이 새로 났다고
사람들이 좋아했지만
이곳의 저녁은 전철을 마다하고
여전히 매일 논둑길을 걸어
하루를 마감할 것만 같았다.
춘천가는 전철을 타고 가다
청평역에서 내렸다.
천만명이 와글거린다는 서울에 살다보니
청평은 한손에 모두 잡힐 것만 같다.
오가는 사람도 드물다.
마을길을 따라 걷다가
저녁을 보내고 있는
마을의 느티나무를 마주한다.
흩뿌리고 지나간 소나기가
길에 잠깐 물웅덩이를 마련하고
그 웅덩이의 물에 나무 그림자가 고인다.
소나기 훝고 지나갈 때
우산을 들고 길을 걸으면
혹시 몸은 젖지 않아도
마음에는 물웅덩이 하나 고일 수 있지 않을까.
물웅덩이가 갑자기 빗속을 걸어온
내 마음 같았다.
그 큰 느티나무도
마음에 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저녁 무렵쯤 청평역에서 내려서
마을을 잠시 걷고만 돌아와도 좋았다.
4 thoughts on “느티나무의 저녁”
저는 위 글에 나오는 느티나무의 스토리 북을 만들고 있는 <가평교육희망네트워크>의 대표입니다. 가평고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스토리 북을 만들고 있는데, 이 페이지의 사진과 글을 스토리 북에 그대로 담았으면 합니다. 청평역을 오가는 분들에게 이 느티나무가 주는 느낌을 표현하는데 선생님의 사진과 글이 참 적합할 것 같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허락하신다면 jinnydj@hanmail.net 으로 연락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하구요.. 글과 사진 모두 가져가셔서 쓰셔도 됩니다. 이메일로 연락드릴께요.
산을 배경으로 하는 저녁놀이 고즈넉한 기운을 불러오네요.
느티나무를 둘러싼 돌 축대도 있고, 팔각정까지 세운 걸 보니 이 마을의 상징 같은
존재인가 봅니다. 신작로가 아스팔트가 아니고 그냥 잘 다져진 흙길이었으면
훨씬 더 운치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청평은 댐근처는 여러 번 갔었는데 동네는 처음 들어가 봤어요.
산책로도 있고 걸을만하더라구요.
저는 아스팔트 길을 버리고 사실 논두렁길로 걸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