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20여년을 자랐다.
자연스럽게 꽃이나 나무와 친할 수밖에 없었다.
어릴 때 동네에서 직접 따 먹을 수 있었던 과일 열매로는
앵두와 포도, 사과, 자두, 살구, 호두, 밤, 대추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 나무의 꽃을 눈여겨 본 적은 없었다.
그래도 과일이 열리는 동네의 나무 이름은 틀릴 수가 없었다.
나무를 꽃이나 열매로 알아두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가 자라는 위치로 기억을 했기 때문이었다.
내 친구 기탁이네 집의 뒤뜰에 있는 나무는 모두 자두나무였다.
사과나무는 강면장님 댁의 뒤뜰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무의 위치로 나무의 이름을 기억하다 보니
나중에 낯선 곳에서 같은 나무를 만났을 때
그 나무의 꽃도, 그 나무의 이름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봄이면 도시에서도 온갖 나무에 꽃이 핀다.
하지만 꽃을 보고 나무 이름을 알아내기가 쉽지가 않다.
도시는 대개 거의 어디나 낯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을 알려면 따로 공부를 해야 한다.
주로 명패를 달고 있는 능동의 어린대대공원 나무들을 보고
이름 공부를 해온 뒤에 구분을 하곤 한다.
하지만 공부를 해도 헷갈릴 때가 많다.
그래도 한번 정리를 해본다.
앵두꽃은 나무로 구별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른 나무들과 달리 나무가 확연하게 작기 때문이다.
대개 앵두나무는 어른의 키높이 정도이거나 그 정도를 밑돈다.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의 나무에 흰꽃이 잔뜩 피어있다면
앵두나무가 거의 맞다.
매화는 매실나무에서 피는 꽃이다.
이 나무는 앵두나무보다는 크지만
그래도 꽃을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나뭇가지가 초록빛을 띌 때가 있다.
그럼 거의 매실나무라고 보면 된다.
가장 먼저 피는 꽃이기도 하다.
꽃은 흰색이다.
살구나무도 상당히 크게 자란다.
하지만 이 나무도 머리맡에서 꽃을 마주할 수 있을 때가 종종 있다.
꽃은 엷은 분홍색으로 알려져 있다.
내 어렸을 적의 기억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이 살구꽃이었다.
내가 살던 마을에도 살구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엄청나게 큰 고목이었는데
어느 해 내려갔더니 그 나무는 잘려나가고 없었다.
많이 서운했었다.
살구꽃은 분홍으로 알려져 있는데
종종 흰색의 꽃이 피는 살구나무를 만난다.
처음에는 자두나무가 아닌가 했는데 살구나무라는 명패를 달고 있었다.
꽃도 익히 눈에 익은 살구꽃과는 좀 달랐다.
벚나무는 크기로 보면 단연 우위를 점한다.
꽃을 눈높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
거의 고개를 젖히고 올려다 보아야 한다.
앵두꽃을 좀더 가까이서 들여다본다.
키가 낮아 가까이 들여다보기가 제일 쉽다.
매화도 좀더 가까이서 살펴본다.
매화와 살구꽃은 종종 헷갈린다.
나무 크기도 비슷한데다 꽃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색으로 어느 정도 구별이 된다.
또다른 색의 살구꽃이다.
색은 매화와 비슷하지만
이 경우에는 꽃의 모양이 많이 차이난다.
벚꽃은 뭉쳐서 피곤한다.
이제 완전히 가까이 들여다 본다.
앵두꽃은 꽃술이 작고 가운데로 밀집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꽃술 때문에 다른 꽃과 확연하게 구별된다.
매화는 꽃술이 긴 편이다.
숫자도 많다.
앞에서 보면 매화와 살구꽃은 정말 흡사하다.
꽃술도 길고, 꽃의 생긴 모습도 거의 구별하기 어렵다.
이 살구꽃의 꽃술도 긴 편이다.
아마도 접을 붙였기 때문에
꽃모양이 이렇게 변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벚꽃은 꽃술이 그렇게 긴 편이 아니다.
아울러 꽃잎의 끝부분이 톱니처럼 갈라져 있다.
매화와 살구꽃은 꽃잎의 끝부분이 갈라져 있지 않다.
앞에서 구별이 안되면 뒤를 보는 것이 좋은 구별 방법이다.
앵두꽃은 대개 나무로 구별이 되므로 크게 혼동될 여지가 없다.
매화는 꽃받침이 꽃에 찰싹 붙어있다.
매화와 달리 살구꽃의 꽃받침은 뒤로 젖혀져 있다.
앞과 달리 확연하게 구별되는 점이다.
또다른 살구꽃의 경우에도
꽃받침이 뒤로 젖혀져 있는 것은 확실하다.
사실 제일 쉽게 구별이 되는 것이 벚꽃이다.
일단 나무가 압도적으로 커서 올려다 보아야할 정도라면 거의 벚꽃이 맞다.
아울러 뒤에서 보면 꽃자루가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꽃들은 거의 꽃자루가 없다.
벚꽃은 모가지가 긴 꽃이다.
꽃의 이름을 불러주는데 자그마치 2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흰빛의 색을 보고 그 꽃을 벚꽃이라 불렀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 벚꽃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지워지지 않았다.
사는 곳의 마당에 있는 나무여서 열매가 열릴 때 열매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열매를 매실이라 단정짓고 그때부터 그 꽃을 매화라 불렀다.
나중에 알았는데 아직 익지 않은 살구 열매는
청매실하고 아주 흡사하다고 들었다.
우리 아파트의 살구는 익을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나의 오해는 해를 넘기고 말았다.
동네를 돌며 꽃사진을 찍다 돌아오는 길에
나무의 꽃을 올려다 보았다.
꽃자루가 없는 것을 보니 벚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꽃받침이 모두 뒤로 젖혀져 있다.
그렇다면 매화가 아니라 살구꽃이란 얘기이다.
집에 들어와 지난 해 찍어놓은 열매 사진을 열어본 뒤
사진 속의 나뭇잎으로 확인을 해보았다.
이제부터는 살구꽃이다.
살구꽃.
2년만에 겨우 제대로 불러보는 이름이다.
내가 부른다고 그대로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꽃 사진을 찍고 다니다 보니
내가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름을 불러주자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던 김춘수가
막되먹은 시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제대로 된 시인이라면
꽃의 이름을 부르면서
이름을 제대로나 부르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부른다고 그 이름이 의미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의미대로 불러야 한다.
제대로 불러주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2년의 세월이었다.
불행히도 아마 많은 꽃들의 이름이 내게서
앞으로도 그렇게 오랜 세월의 뒤에야 제대로 불릴 것이다.
미안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기 위해
꾸준히 노력은 할 생각이다.
7 thoughts on “봄꽃의 이름 – 앵두꽃, 매화, 살구꽃, 벚꽃”
며칠전에 신나게 ‘매화’라고 올려놨던 사진이
지금보니 살구꽃 같기도 하고 완전 헷갈립니다.
아이고..ㅋㅋ
ㅋㅋ 지금 들어가서 봤는데 거의 다 살구꽃이던데요.
한 2년은 걸리는 것 같아요.
2년 뒤에 다시 봐요.
ㅋㅋㅋㅋㅋ
대대적인 수정 드갑니다… 아흐~ ㅋㅋ
이번 달 초에 인천공항갔다가 그녀가 ohnglim씨를 보려고 했는데 그만 그날 차가 퍼져서 결국은 연락을 못했어요. 차를 팔아버려서 당분간은 또 블로그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처지네요. 그래도 언젠가는 꼭 보고 말겠습니다. ^^
인천공항에 자주 오시네요? ^^
집에 차가 있다가 없으면 굉장히 불편하실텐데
forest님께서 고생이시겠고만요.
여튼.. 아무때나 오신다고 만날 수 있는 제가 아니에요.
미리 말씀해주고 오시와요..ㅎㅎ
매화와 살구는 정말 비슷하게 생겼군요. 저는 실물로 보면 구분을 못할 것 같아요.
꽃을 앞에서만 보지 않고 뒤에서도 봐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수년 간 학습하신 걸 날로 먹지 말고,
식물도감 꽃나무 편으로 북마크해두고 종종 눈에 익혀야겠습니다.
매번 매화와 살구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벚꽃은 꽃자루가 길고 꽃잎의 끝이 갈라져 있어서 금방 구분이 되는 거 같아요.
집에 사다놓은 책도 있는데 그걸 봐도 어떤 때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어린이대공원에 꽃필 때 들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공부였어요.
보통은 찍어갖고 온 뒤에 알게 되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알아보기는 아주 어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