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의 위용

산을 보면서 산을 오를 수 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
대개 나무들이 시야를 막아 내내 길만 보며 걷다가
정상에 이르러선 아래쪽을 한번 조망하고 내려오게 된다.
도봉산은 그렇질 않다.
오르는 길을 잘 고르면 산을 계속 보면서 산을 오를 수 있다.
봉우리가 많아 이쪽 봉우리에서 저쪽 봉우리를 구경하고
저쪽 봉우리에서 방금 지나온 봉우리를 살펴보는게 가능하다.
산중에서 아마도 가장 볼만한 산이 도봉산이 아닐까 싶다.
부처님 오신 날, 도봉산에 올랐다.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여니 하늘이 온통 푸른 빛이었다.
이런 날 산에 가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한주전에 갔었던 도봉산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다.
바쁘게 준비하여 집을 나섰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도봉산역에 내려 걸음을 옮기다 보니
산의 정상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위들이다.
아무리 봐도 올라갈 길이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산은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
길을 품안에 품고 조금씩 열어
산을 올라온 사람을 그 품에 품는다.
가장 높게 보이는 봉우리가 만장봉이다.
높이가 718m라고 한다.
제일 높은 봉우리는 아니다.
밑에서 올려다 보면 도봉산은 그저 아득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전에 갔었던 우이암쪽으로 올랐다.
오르다 보니 잠깐 도봉산의 모습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많이 올라왔나 보다.
도봉산의 암봉들이 훨씬 가까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거의 눈높이를 맞춘 느낌이다.
눈높이 맞춘다는게 그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봉우리를 하나하나 짚어본다.
왼쪽부터이다.
왼쪽은 두 개의 봉우리가 겹쳐보이고 있다.
선인봉과 만장봉이다.
사진으로 보면 만장봉이 가장 높아보인다.
그 다음은 자운봉이다.
739.5m로 도봉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정상 부분이 약간 나무로 덮여있는 듯한 봉은 신선대이다.
뭉쳐져 있는 봉우리는 뜀바위이다.
오른쪽에서 소나무 가지 끝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주봉이라 불린다.
사고가 났는지 만장봉과 자운봉 사이로 헬기 한 대가 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드디어 우이 능선에 올라섰다.
경관좋은 전망대에 서니 도봉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이의 선물이다.
하늘이 푸른빛을 가득 채워 협조해 주었고,
구름도 보조 출연을 하여
좋은 풍경을 만드는데 한몫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구름이 푸른 하늘을 캔버스 삼아
도봉산 그림을 한 점 그리고 있는 듯하다.
붓질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구상보다는 약간 추상화에 가까워 보였다.
나는 이제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쪽으로 가야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개의 봉우리가 줄을 이어 서 있다.
오봉이다.
많이 가까워졌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오봉이 더 가까워졌다.
가까워지니 앞의 산줄기가 봉우리를 가리기 시작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바위도 대단하지만 이 바위 투성이의 산에
삶의 터를 잡은 나무들도 대단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이 정도면 도봉산의 위용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한참 동안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이제 내가 가야할 목적지,
신선대가 눈에 잡히는 거리까지 왔다.
신선대 정상에 사람들이 깨알만한 크기로 서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저 멀리 우이암이 아득하기만 하다.
우이암에선 갈 거리가 아득했는데
이제는 온 거리가 아득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눈길을 다시 자운봉 쪽으로 돌리니
신선대에 오른 사람들이 보인다.
아저씨 한분이 소나무 그늘 아래 앉아
서울 풍경을 한없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막판에 다리가 후들거려 이제 그만 내려갈까 했다.
걸음을 돌리는데 표지판이 자운봉이 200m 남았다고 가르쳐주었다.
할 수 없이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자운봉을 눈앞에 두고 고개를 돌리니
뒤쪽에는 이런 봉우리가 하나 버티고 있다.
봉우리 끝에서 바위 하나가
서쪽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보는 저녁 노을이 일품인 것일까.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드디어 도봉산의 최고봉 자운봉에 도착했다.
붉은 구름이 걸린다고 하여 자운봉이란 이름을 얻었다는데
오늘은 봉우리 위에 낮달이 떠 있다.
오늘은 자운봉이란 이름 버리고
낮달봉이라고 해도 되겠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자운봉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암벽 등반하는 사람들 이외엔 올라가질 못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일반인들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신선대이다.
자운봉을 마주하고 있는 봉우리이다.
아득바득 신선대에 올라 자운봉을 바라보았다.
누가 저렇게 바위를 쌓아놓았을까 싶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5월 17일 서울 도봉산에서

마지막으로 신선대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멀리 보이는 산은 북한산이다.
가운데쯤, 몇 개가 노출되어 바위는 우이암이다.
신선대라서 신선이 노닐 줄 알았는데 사람들만 바글바글했다.

4 thoughts on “도봉산의 위용

  1. 서울에도 아룸다운 산이 많네요.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산이 가까이 있더는게 좋습니다.

    산행기 잘 봤어요. 산행기 읽으니 산에 오르고 싶은..흐 마음이
    근질근질 해집니다…

    1. 산을 좋아해서 알려진 산들을 좀 다녔는데
      바위들로 치면 서울의 산들이 상당히 볼만하다는 느낌입니다.
      올라가는 길에 따라 경관도 달라서 갈 때마다 새로운 듯 싶어요.
      아침 일찍 나가면 여유롭게 오를 수 있는 점도 좋구요.
      도봉산은 처음 가봤는데 이런 좋은 산을 왜 여지껏 안왔나 싶더라구요.

  2. 도봉산을 오르면서 담아보고 싶은 전경을 오롯이 잘 잡아주신 것 같습니다.
    오봉도 다른 봉우리에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한 번 가라고 뷸을 지르시네요.^^
    저는 그날 오후 검단산을 한 바퀴 다녀왔더랬습니다.

    1. 도봉산 소개시켜 주셔서 발들여 놓았는데..
      가서 보니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이제 서울의 산은 불암산 빼놓고는 다 올라본 것 같습니다.
      산은 그냥 서울의 산만 다녀도 되겠다 싶어요.
      도봉산만 해도 갈 때마다 새로운 길로 갈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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