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봉산을 찾았을 때 오른 곳이
우이암이란 곳이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서
소의 귀를 닮았다는 그 바위를 만났다.
두 번째로 도봉산을 찾았을 때도
걸음은 우이암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능선을 따라 올라갔다.
능선은 보문능선이라 불리고 있었다.
우이암과는 두 번째 만남이었다.
능선을 타고 올라가니
가다가 나뭇가지 사이로 우이암이 눈에 들어온다.
이 바위의 바로 아래쪽으로 원통사라는 절이 자리잡고 있다.
워낙 높이 자리한 절이라 물이 귀하다.
지난 번에 올랐을 때는
우이암 정상부에서 원통사로 하산을 했었다.
절에 들러 물을 얻어마실 요량이었으나
목을 축이진 못했었다.
우이암 아래로 그 절도 보인다.
이번에는 알아서 미리 물을 챙겼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제 거의 우이암과 눈높이가 맞는다.
이제는 우이암이 약간 내려다 보인다.
그.. 그.. 그런데 우이암을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정상부로 올라가는 사이
한 사람은 우이암의 꼭대기에 올랐다.
우이암이 갖는 위용은 보통을 넘는다.
마치 이 바위가 지켜주기 때문에
서울의 삶이 그나마 이 정도라도 유지되지 않는가
싶어질 정도이다.
바위의 영험함을 믿으며
손을 모으는 사람들의 심정이 절로 이해가 간다.
다 올라가서 보니 우이암을 오르는 사람은 모두 다섯이었다.
그 중의 한 명은 여자였다.
여자는 몸매가 달랐다.
우이암이 보우하사 도봉구 만세다.
이렇게 좋은 산을 왜 이리 늦게 왔다 싶었다.
우이암 꼭대기에 오른 사람들,
위에 모여서 웃고 있다.
지금 웃을 상황인가 싶다.
보는 나는 아찔한데 당사자들은 여유만만이다.
처음에는 한 사람이 올라가서 줄을 내려주면
다음 사람들은 그 줄을 잡고 올라가려니 했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줄은 안전장치에 불과하고
바위 사이의 틈을 살핀 뒤에 그 틈을 잡고 올라가고 있었다.
손잡을 틈하나 없어 보이는데
바위가 사람들에게 손을 내주고 있었고
암벽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바위의 손을 용케도 찾아내고 있었다.
우이암에서 아래쪽으로 내려다보면
그곳에 서울이 펼쳐져 있다.
소나무도, 우이암도 모두 묵묵히
서울의 세월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우이암의 위쪽으로 눈을 돌리면
도봉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래쪽으로 눈을 돌리면
북한산 줄기가 시선을 채워준다.
흘러내린 북한산 줄기의 아래쪽으로 남산이 있다.
시계가 좋아 멀리 남산 타워가 보였다.
이제 우이암과 안녕을 고할 시간이다.
난 도봉산 정상부로 간다.
도봉산 정상부에 거의 다 왔을 때쯤 뒤돌아보니
멀리 우이암이 작게 축소되어 있다.
무엇이든 멀리 거리를 두면 작아진다.
산에선 그 거대한 서울도 그다지 크지 않다.
우이암을 크게 마주한 뒤에
아주 멀리 밀어내 녹음이 짙어진 산에
작게 묻어두었다.
6 thoughts on “도봉산 우이암”
저분들 연락처 알아다가 사진 보내주면 엄청 좋아할 것 같은데요? ㅎ
울 큰년은 누굴닮아 겁이 없는지 저는 보기만 해도 떨리는 클라이밍이 하고 싶대요.
씩씩한건 좋지만 위험해 보여서리..
그나저나 여기 두분 따라다니면 마음껏 사진도 찍고 정말 좋을것 같아요.
우리집 식구들은 워낙 급하고 빨라서 쫒아다니면서 놓친 꽃이 얼마나 많은지..ㅜㅜ
그런 의미로 산사나무 숨겨놓은 거 얼른 보여주시와요~
그게 위험하긴 한 모양이더라구요.
제가 아는 분도 애엄마인데..
락 클라이밍하다가 떨어져서 다치기도 하더만요.
발이 퉁퉁 붓고 멍든 걸 한번 봤어요.
북한산 사진을 보여줬더니 올해 이곳의 거벽에 오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두 딸 찍으면 되지 꽃이 눈에나 들어오겠어요. ㅋㅋ
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는 멋진 자연환경을 지닌 곳이죠.
저는 한여름이 되기 전에 도봉산역-우이암-오봉-여성봉으로 해서 구파발역으로
한 번 다녀와야겠단 마음을 굳혔습니다.
갈 때마다 만나는 꽃이 다르다는 점도 아주 좋더라구요.
처음 갔을 때는 철쭉철이었는데 열흘 뒤에 가니까 산사나무철이더군요.
이번 주에 가면 쪽동백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열흘 정도 사이를 두고 찾아가면
그때마다 맞아주는 새로운 꽃들 만나는 재미도 아주 클 것 같습니다.
저희 집에선 교통이 편하다는 점도 매력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클라이밍…사진이 아주 멋지게 담으셧어요.ㅎㅎㅎ
네 제가 가진 꿈이라면…전국의 국립공원 산을 모두다 올라 보는거랍니다.
산은 그 자체가 이미 오토 힐링 시스템이라서요.
한국의 산이 얼마나 좋은지는 산에 가보라는 말 이외엔 없어요.ㅎㅎㅎ
지리산..덕유산.설악산.가야산.소백산ㅎㅎㅎ눈감으면 자동연상되죠.
서울의 산이 대부분 바위산이라 올라가서 바위 하나만 봐도 그것만으로 좋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