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매일 아침 근처의
작은 야산에 다녀오신다.
오늘 아침에는 내게
요즘 산에 하얀 꽃이 많이 피었던데
그게 뭐냐고 물으신다.
하얀 꽃이란 말에서 실마리를 잡아
나는 “요즘은 아카시아철인데”라고 답했다.
어머니는 아카시아는 아니더라고 하지는 않고
아카시아도 많기는 하더라고 했다.
하긴 어머니나 나나 고향이 영월이니
아카시아를 모를리가 없다.
내 고향 영월에서는 보지 못했던
낯선 꽃을 보신 것이 틀림없다.
머리 속에서 흰색의 꽃을 가진 나무들이 지나갔다.
쪽동백과 이팝나무가 가장 먼저였다.
설마 때죽나무는 아니겠지 했는데
낮에 가서 확인했더니 때죽나무였다.
가까이 때죽나무가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오래전 이름을 익혀두었는데
집 가까운 야산에서 때죽나무를 다시 만났다.
가까이서 보면 때죽나무 꽃은 이렇게 생겼다.
위로 올려다 본 모습이라 입체감이 많이 죽었다.
모두 땅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어
올려다 보아야 제대로 볼 수가 있지만
이런 모양으로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살짝 눈높이를 맞추면 요렇게 보인다.
대체로 이렇게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작은 종처럼 생겼다.
꽃들이 무리를 지어 핀다.
바람불면 나무에서 어지럽게 종소리가 울릴 것만 같다.
하지만 무덥기만 하고 바람이 없는 날이었다.
종이라고 했지만 작은 등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때죽나무는 커다란 등 하나를 내걸지 않고
작은 등을 수없이 달아 나무밑을 밝힌다.
우리는 밤에 마실을 다녔는데
아무래도 별들은 때죽나무 가지를 타고
낮에 마실을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
잎이 펼친 초록빛 하늘에
하얀 별들이 총총이다.
별들은 반짝이는데
이 별들은 반짝인다기 보다
상당히 은은하다.
때로 폭포를 이루어 쏟아지기도 한다.
며칠 무덥다.
정말 폭포처럼 비라도 좀 내렸으면 싶기도 하다.
어디나 꼭 둘이 짝맞추어 데이트하는 것들이 있다.
그렇지만 언제나 데이트하는 둘이 가장 예쁘다.
이곳은 스케일이 다르다.
때죽나무 은하수가 흐르는 곳이었다.
아니, 셋이?
삼각관계는 위험한데..
잎 하나, 꽃 하나.. 잎 둘, 꽃 둘.. 잎 셋, 꽃 셋..
아, 너무 많다.. 못하겠다.
때죽나무의 이름은 떼로 죽인다에서 왔다고 한다.
꽃이 지고 나면 푸른 열매가 열리는데
그 열매를 찢어서 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마취가 되어
물 위로 떠올랐다고 한다.
서너 줌 정도 풀면
가뭄에 물이 많이 줄어든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는 기억을 가진 분이 있었다.
이름의 기원은 좀 살벌하다.
때죽나무 꽃이 하얗게 몰려와 있었다.
아마 매년 봄 하얗게 몰려왔을 것이다.
소리소문없이.
올해 드디어 매년 몰려왔을
그 때죽나무 꽃들을 보았다.
때죽나무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한걸음 뗄 때마다
발끝에 채일 정도로 많이 보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나무의 꽃은 이렇게 보아야 몸에 그 이름이 익는 것 같다.
열매가 익을 때쯤 다시 한번 찾아가볼 생각이다.
6 thoughts on “동네 야산에서 만난 때죽나무 꽃”
이 사진에 시와 음악을 적어서 저의 홈페이지에 올리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메일로 답장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가져다 사용하시길요. ^^
메일은 무단 수집하는 경우가 있어 지웠습니다.
때죽나무 얼짱각도는 아래에서 올려다봐야 하는군요~
저희 동네 뒷산에도 때죽나무가 많은데 이 각도로 한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당..ㅎ
아.. 때죽나무 알아갈 때는 때죽나무만 보이고..
이팝나무 이름 알고보니 이팝나무만 보이고 그렇습니다요..ㅋㅋ
때죽나무 옆에서 보고 잘 찍기 너무 힘들더라구요.
F값을 20은 넘게 주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이팝나무도 짤 찍기 힘들고..
흰꽃들이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이맘때 파는 흰꽃으론 아카시 말고 겨우 이팝나무 알아가고 있는데,
때죽나무란 것도 있었군요. 이름의 유래가 재밌습니다.
이 맘 때의 흰꽃이란게 무지 많더라구요.
저도 시골살 때 못보던 것들이라 많이 헷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