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대청봉에서 바라본 동해의 해돋이

10월 16, 17일, 이틀 동안 설악산에 다녀왔다.
한계령에서 끝청을 거쳐 대청으로 간 뒤 중청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대청봉에서 동해의 해돋이를 지켜보았다.
원래는 대청으로 간 뒤 오색으로 내려갈 계획이었지만
함께 간 그녀가 중간에서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중청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덕분에 설악산 꼭대기의 거센 바람소리를 하룻밤 내내 자장가로 들으며
잠을 청하게 되었으며,
다음 날은 동해의 해돋이를 구경할 수 있었다.
설악산을 내려오며 그녀가 하루 종일 다 자기 덕이라고 했다.
가장 먼저 설악산 대청봉에서 바라본 동해의 해돋이를 선물한다.

Photo by Kim Dong Won

중청 휴게소를 나선 것은 새벽 5시 30분경.
동트는 시간은 6시 30분이라고 했다.
사방은 온통 캄캄했다.
6시경 대청봉에 도착했다.
멀리 하늘은 어둠 속에서 붉은 띠를 내걸고
아침을 예고하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6시 15분 정도가 되자
산의 윤곽이 약간씩 보이기 시작한다.
산들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고 있는 것 같았다.

Photo by Kim Dong Won

통트는 시간이 다가오면
구름이 더욱 붉게 끓는다.
아침의 대청은 바람이 거세고 추웠다.
그럴 때는 마음이라도 붉은 구름 속으로 깊숙이 날려 보내시라.
곧장 따뜻한 온기가 전해질지도 모른다.

Photo by Kim Dong Won

동트기 일보 직전.
아마도 눈이 밝은 사람이라면
머리를 아주 약간 내민 태양의 흔적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드디어 오늘의 태양이 손톱만큼 얼굴을 내밀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손톱만하던 태양이 금방 반달만큼 자랐다.

Photo by Kim Dong Won

몸을 일으켜 하늘로 둥실 떠오르기 직전.
하루를 향한 해의 발돋움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동해 바다는 매일 알을 낳는다.
해는 동해 바다가 매일매일 낳는 탐스런 둥근 알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만약 하루하루가 힘겹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설악산의 대청봉에 올라볼 일이다.
물론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마치 생달걀을 톡 깨서 입안에 털어넣듯이
떠오르는 동해의 태양을 톡 깨서 가슴으로 털어넣어 보라.
그러면 하루의 노래가 그 음색을 달리하며 웅장하게 시작될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드디어 해가 떴다.
자, 이제 하루를 마음껏 노래 부르시라.

Photo by Kim Dong Won

아침 해가 머리를 내밀고 하늘로 완전히 날아오를 때까지의 시간은
겨우 5분 정도.
하지만 그 5분으로 하루가 환하게 열린다.
세상이 오늘도 환하게 열렸다.

Photo by Kim Dong Won

오늘은 떠오른 태양을 구름이 곧바로 꿀꺽 집어 삼켜 버렸다.
구름은 대단하다.
그 뜨거운 태양을 삼키고도 그것을 다시 토해낸 것은 한참 뒤였다.
구름이 태양은 삼켜도
세상으로 튀어나온 밝은 아침 빛은 막을 수가 없었다.
대청봉을 내려올 때,
아침에 전등불을 밝히고 올라갔던 그 깜깜했던 길이 훤했다.

5 thoughts on “설악산 대청봉에서 바라본 동해의 해돋이

  1. 이번 설악여행은 모두가 다 당신 덕분이우.
    더구나 대청봉까지 올랐으니…
    나도 놀랄 일이지만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다 놀랄 일이우.

    아직도 설악의 그 풍경이 내 눈 앞에 아른거리니
    당분간 설악의 분위기에 취해서 깨어나지 말았으면…

    1. 손목이 좀 안좋았는데
      이번에 가서 왼쪽 손목을 보호하느라
      오른쪽 손으로 땅을 짚고 넘어져서
      이번에는 오른쪽 손목을 삐었데요.

      설악산은 눈으로 하는 여행이 아니라 온몸으로 하는 여행이어서 기억에는 아주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좋았죠, 뭐.

    2. 에구구.. 오른손목 보호하느라 왼손목을 삐었다우…ㅎㅎ
      왼쪽 오른쪽을 여전히 헤매시누먼…
      내가 운전할 때 옆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하면서 왼쪽으로 방향을 트는 울 털보. 재밌쓰…

      손목, 엉덩이, 다리, 모두 다 아팠지만
      설악산이 아픈 모든 걸 커버하구도 남을 정도로 좋았어요.
      설악산 언저리에서만 놀다가 처음으로 설악을 제대로 보고 온 셈이예요…
      여행경비가 만만찮아 저는 잘 따라다니지 않았는데
      이제는 다른 돈을 아끼고 여행을 계속 같이 다녀볼까 생각 중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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