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빛날 때가 있다.
가령 혹한의 겨울끝에 정말 올까 싶었던 봄이 오고
그 봄에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기라도 할 듯 펼쳐진
층층나무의 잎에선 연두빛이 눈이 부시도록 빛난다.
날좋은 어느 날, 황혼을 머금은 저녁 하늘에서도
붉은 노을빛이 짧은 시간 우리의 시선을 채우다 사라지며
우리를 아쉽게 할 정도로 아름답게 빛난다.
한점도 남기지 않은채 구름을 깨끗이 걷어버리고
그저 허공만 펼쳐든 하늘에서도
하늘색이 푸르고 깊게 빛날 때가 있다.
하지만 색은 역시
장미의 품에 안겨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장미를 보고 있노라면
장미가 예뻐서 색이 사는 것인지
색이 예뻐서 장미가 사는 것인지
잘 판단이 서질 않는다.
이유를 달지 않아도 된다면 나는 전자쪽이다.
말하자면 장미는 모든 색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신비의 마력을 가졌다.
장미의 색들을 만나보시라.
노란색을 가진 꽃은 장미말고도 여럿이다.
개나리도 노랗고, 민들레도 노랗다.
다들 나름 예쁘다.
하지만 아름다움의 극으로 치면
어찌 그 노란색을 장미가 가졌을 때와 비견이 되겠는가.
장미는 한몸에 두 가지 색을 동시에 갖기도 한다.
이 장미는 손톱에 물들이듯 가장자리로 붉은 색을 둘렀다.
장미의 흰색에선 우아한 느낌이 난다.
단순한 순결과는 깊이가 다르다.
어떤 장미의 색은
도대체 이 색은 어디서 온 것일까가 궁금할 정도이다.
예쁜 정도를 너머 색이 곱다.
색이 엷어지면 바랜 느낌이 나고
바랜 느낌은 자세를 흩어놓는 느낌을 가져온다.
그러나 장미에게선 엷은 색도
자세를 흩어놓는 법이 없다.
분명 다른 나라에서 개발된 장미인데도
한복을 차려입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진달래를 연상시킨 색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여자들은 입술의 색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장미도 꽃잎의 끝에 입술의 색만큼이나 신경을 쓸 때가 있다.
이 보라색을 한번 보라.
예쁘다는 말밖에 형용사를 찾기가 어렵다.
어둠도 장미에게선 어두운 빛깔이 아니다.
장미는 어둠을 아름다움으로 넘어설 줄 안다.
장미에게로 가서 아름다움의 극으로 치달은 색을 보다 보면
항상 보던 붉은 장미가 식상해진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예쁘다.
부정할 수가 없다.
장미는 그냥 예쁜 꽃이 아니라
색을 가장 예쁘게 살려주는 꽃이다.
4 thoughts on “장미의 색”
정말 그냥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꽃들의 왕, 왕비라고 칭해도 손색없겠어요.
클릭해서 확대해 보니까 더 멋진데요.
너무 독보적인 미모를 자랑해서 그동안은 멀리해 왔는데 올해는 좀 찍어보고 있습니다. 비오는 날은 더 아름답더군요.
장미 색이 참 다양하더라구요..
품종도 아주 많고..
장미꽃이라도 개별적으로 이름도 다 있고….
장미꽃 만큼 다양하게 나오는 꽃도 드물지 싶더군요..
한창 장미철이라 장미 축제하는 곳이 많더군요.
여기저기 다니면서 올해는 주로 장미를 찍어보고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색을 접하는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