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나무는 억울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6월 2일 서울 천호동에서

이름 때문에
삶이 억울한 사람들이 있다.
일단 촌스럽게 지어놓으면
이름은 누군가를 부르는 호칭이 아니라
그냥 부르는 것만으로도 놀리는 기분을 안긴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무도 그럴 때가 있다.
요즘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쥐똥나무도 아마
이름 때문에 갖게된 억울함으로 따지자면
꼽는 손가락의 첫순서에 서려고 할 것이다.
꽃은 앙증맞고 예쁘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름을 궁금해할 정도이다.
아직 꽃이 피기전,
깨알처럼 몽우리가 잡혀 있을 때도
눈길을 끌곤 한다.
하지만 이름은 꽃과는 전혀 딴판이다.
쥐똥나무라니.
문제는 그 놈의 열매이다.
열매가 쥐똥을 닮는 바람에
영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이름을 얻은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이름을 바꾼다.
꽃을 보며 쥐똥나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기가 미안했던지
일각에서는 쥐똥대신 검정알나무로 부르자는 견해도 있는가 보다.
그래도 역시 이름이 열매의 몫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그냥 쥐똥나무로 부를 생각이다.
이름과 달리 예쁘네 하면서 말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6월 2일 서울 천호동에서

2 thoughts on “쥐똥나무는 억울하다

  1. 그럼 앞으로 이 꽃 옆을 지날 땐 애니뭘 조지훈 식으로 발음해 보면 어떨까요.
    즈으~이도으~언느아~므우고우~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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