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선 담이 길을 막는다.
하지만 예술가는 그 담에 길을 낸다.
예술가가 담에 길을 내는 방법은 좀 독특하다.
예술가는 담을 무너뜨리고 길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담을 걷게 하여
사람들의 걸음으로 벽에 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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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길이 났다.
원래는 없던 길이었다.
예술가만 벽에 길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빗물도 벽에 길을 낼 수 있다.
빗물이 한군데로 모여 벽을 타고 흘러내리면
빗물이 곤두박질치듯 가파르게 내려간 걸음을 따라
벽에도 길이 난다.
그렇게 하여 벽에 길이 났다.
그 길은 그러니까 사실은 물의 길이다.
물이 벽에 길을 내자
어느 날 한 사내가 나타나
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예술가가 데려온 사내였다.
예술가는 물이 길을 내면
슬쩍 사내를 내세워
그 길에 편승하기도 한다.
2 thoughts on “벽과 길”
아, 여기 예술가들이 모여 각종 작업하고 연주도 하고 전시도 한다는 곳인가요?
예술가들의 번뜩이는 상상력과 자유는 정말 부러운데요.
아직은 예술가들과 철공일하는 분들이 혼재되어 뒤섞여 있더라구요. 덕분에 작품도 보고 일하는 분들의 현장도 볼 수 있었어요. 정말 서울에 이런 곳이 남아있었나 싶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