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길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6월 6일 서울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서

현실에선 담이 길을 막는다.
하지만 예술가는 그 담에 길을 낸다.
예술가가 담에 길을 내는 방법은 좀 독특하다.
예술가는 담을 무너뜨리고 길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담을 걷게 하여
사람들의 걸음으로 벽에 길을 연다.

벽에 길이 났다.
원래는 없던 길이었다.
예술가만 벽에 길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빗물도 벽에 길을 낼 수 있다.
빗물이 한군데로 모여 벽을 타고 흘러내리면
빗물이 곤두박질치듯 가파르게 내려간 걸음을 따라
벽에도 길이 난다.
그렇게 하여 벽에 길이 났다.
그 길은 그러니까 사실은 물의 길이다.
물이 벽에 길을 내자
어느 날 한 사내가 나타나
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예술가가 데려온 사내였다.
예술가는 물이 길을 내면
슬쩍 사내를 내세워
그 길에 편승하기도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6월 6일 서울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서

2 thoughts on “벽과 길

  1. 아, 여기 예술가들이 모여 각종 작업하고 연주도 하고 전시도 한다는 곳인가요?
    예술가들의 번뜩이는 상상력과 자유는 정말 부러운데요.

    1. 아직은 예술가들과 철공일하는 분들이 혼재되어 뒤섞여 있더라구요. 덕분에 작품도 보고 일하는 분들의 현장도 볼 수 있었어요. 정말 서울에 이런 곳이 남아있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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