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초에
충북의 문경에 간 적이 있다.
벌써 8년전의 일이다.
내가 찾아간 곳은 고모산성이었다.
지금은 어찌 변했을지 모르겠다.
당시 막 복원중이던 산성에 오르자
멀리 아래쪽으로
옛길과 새로운 길이
서로 엇갈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철로는 이제 버려진 길이 되어 있었다.
새로난 아스팔트길로는 차들이
아주 신이 난듯
굉음을 내뿜으며 달려가고 있었다.
새로운 길은 속도를 바짝 올린 반면
철로는 그동안의 속도를 모두 내려놓고 있었다.
철로가 속도를 내려놓자 기차도 함께 사라졌다.
나는 기차가 사라진 철로로 터덜터덜 걸었다.
그 맛이 상당히 괜찮았다.
속도를 내려놓은 길이
오히며 몸에는 잘 맞았다.
몸에 맞지 않는 속도의 길을
자동차와 기차에 의탁해서
너무 빠르게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몸의 속도가 그리웠는지
그 날의 몸은 속도를 버리고
기찻길과 마을길을 천천히 걸었다.
속도의 맛에 길들여진 생활을 어쩌랴.
하지만 가끔 몸이 잊어버린 몸의 속도를 그리워하니
그 향수를 달래주어야 한다.
수천년을 함께 했을 몸의 속도는
속도를 내려놓은 길에서
그 익숙한 과거를 걷는다.
2 thoughts on “속도를 내려놓은 철로”
타박타박 어슬렁 어슬렁 몸의 속도로 걸으면서 두리번거리는 것.
하반기도 이렇게 시작하고 싶게 만드시는데요.^^
근데, 고모산성이 있는 문경이 충북과 경북 경계선에 있나 보군요.
이때는 물에는 못들어가 봤는데
다시 가게 되면 물가에서도 좀 놀다오고 싶어요.
철교 위에서 내려다 봤는데 물이 맑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