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가 세상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일산의 호수공원에서
남미 음악을 들려주던 공연팀이 휴식 시간을 맞았다.
공연자들은 모두가 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에 시선을 붙이고 있었다.
말이 안통하는 한국이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심을 사서 꽂으면
스마트폰은 내 나라 말로 나를 상대해준다.
스마트폰의 심은 심지어 공항에서
자판기로 판매하기도 한다고 한다.
일정액을 투입하고 한달 기한의 심을 사서 내 스마트폰에 꽂으면
그때부터 아득하도록 멀리 떠나온 이곳에서
나의 고국이 내 손안의 세상이 된다.
기기는 사람들이 세상 어디에 있어도 고립되지 않게 해주었다.
문득 옛날에는 어땠을까 싶다.
아마도 예전 같았으면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며
담배라도 하나 붙여물지 않았을까.
천호역에서 마주한 풍경도 다르지 않다.
역의 의자에 앉아있는 모든 이들의 고개가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향하여 일정한 각도로 숙여져 있다.
기다림을 눈에 담고
지나는 사람을 지켜보는 눈빛은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 없다.
스마트폰은 우리들에게서 기다림을 지워버렸다.
예전에는 모르는 사람과 같이 있을 때마저도
우리는 낯선 사람과 그 자리에 멀뚱하게 함께 있었지만
이제는 아는 사람과 같이 있어도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따로 서 있는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은 모르는 사람과 있으나, 아는 사람과 있으나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나만의 공간 속에 내가 서 있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같은 자리에 있어도 이제 우리는 따로이다.
4 thoughts on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휴식과 기다림의 풍경”
몹쓸놈의 세상이 된 거 같아요. 눈은 화면에, 귀는 이어폰에 온통 쏟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핸드폰 전성시대처럼 옆사람 듣건 말건
별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큰소리로 해 대는 사람이 줄어들게 만든 건 다행이에요.
기기의 발달로 앞으론 또 어떤 해괴한 풍경이 만들어질지 걱정입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으로 뭘 저렇게 보나 궁금했는데..
거의 100퍼센트 게임이나 동영상이더라는. ㅋㅋ
결국 오락과 눈요기가 지배해 버린 세상이 되었다는 얘기가 되더라구요.
대화 단절시대…..
옆사람과 대화도 못하고
보이지도 않는 그 누군가에게
질러대는 sns의 공허…..
정작 보이는 내앞의 것들은
볼줄 모르는. …
통신 수단은 나날이 발전해도
고립은 심화된듯하네요.
그러고 보니 블로그 댓글도
스마트폰으로.ㅎㅎ
아 이 모순적 상황….
시간 보내는데는 끝내주는 도구더군요.
사진을 찍어야 해서 대부분 두리번거리면서 세상을 살피게 되는데
지하철탔을 때 스마트폰 들여다 보며
이것저것 살펴보다 보면 금방 시간이 가긴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