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가려면 어디서나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곧바로
한강으로 내려설 수 있는 곳이 있기는 있다.
뚝섬역이 그렇고 응봉역도 역에서 곧바로 한강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엔 터널을 지나야 한강으로 갈 수 있다.
터널이 싫으면 한강 다리로 들어서서 조금 걷다가
다리의 한쪽으로 붙어있는 계단 통로를 따라 한강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한강으로 가는 길은 이제 터널이 가장 흔하다.
터널은 땅밑에 엎드린 길이다.
터널 위로는 길이 있고
그 길로는 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씽씽 달린다.
그 속도의 길이 사실은 한강으로 가는 모든 길을 막으면서
우리들이 한강으로 가는 길은 그 길의 밑으로 납짝 엎드리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속도 밑에 납짝 엎드린 길을 걸어 한강으로 간다.
터널을 걸어갈 때면
멀리보이는 작은 출구가
마치 한강의 풍경을 밀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출구를 나가는 순간 봉인은 해제된다.
우리는 이제 속도의 세상이 봉인해버린 한강의 풍경을
터널의 출구에서 뜯어냈다 다시 봉인하며
한강을 드나들고 있다.
하지만 모든 터널의 출구가
반듯한 사각의 규격 속에 한강 풍경을 봉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풍납동에서 한강으로 나가는 터널로 들어서면
초록이 넘쳐나는 한강의 여름 풍경이
출구 바깥에서 머물지 않고 터널 안까지 들어와
한강으로 걸음한 사람들을 반긴다.
마치 한강 풍경이 푸른 초록의 세상으로 어서오라고
팔을 펼치고 맞아주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풍납동의 한강가는 터널은 조금 특이하다.
그곳의 통로도 터널을 통해 한강을 가기는 마찬가지지만
한편으로 잿빛 콘트리트 세상을 거쳐 한강으로 가는 우리들에게
강가엔 아직 풀들이 지천으로 펼쳐져 있으니
어서와서 자연과 함께 쉬었다 가라고 알려주며
출구 바깥의 풍경을 터널 안쪽으로 펼쳐놓는 파노라마 터널이다.
4 thoughts on “한강가는 터널길”
어렸을 땐 언덕을 내려와 먼지 풍기는 신작로와 심심한 철길을 건너면 바로
나룻배 다니는 한강으로 나갈 수 있었는데, 요즘은 거기도 작은 터널로 들어가게
돼 있더군요. 아래 사진은 무슨 3D 화면을 보는 것 같은데요.
한강 가는 길에 대한 어릴 적 기억이 다른 풍경이군요.
저는 한강에 대한 기억은 없는데
영월 살 때 강에 가는 길에 대한 기억이 있어
그곳과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바쁘게 살아야 하다보니
강도 속도 너머에 가두어 놓을 수밖에 없었구나 싶더라구요.
그래도 한강 출구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터널은 신기했습니다.
강변이 전부다 도로에 막혔더군요.
터널이 사람과 강이 만나는 통로…
숨구멍인듯해요….
원래 강은 전부 열렸을때사 진짜 강은 아닐까 싶어요….
접근성의 난이도.
접근의 부재…
사람은 삭막해지고 문명은 이기로 득실대나봐요.
남쪽은 올림픽도로가 막고 북쪽은 강변 북로가 막고 있죠.
강은 강으로 가는 길이 좋아야 하는데 터널로 가야 하니..
강으로 가는 길이 좋은 강원도의 강들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