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그냥 살아온 햇수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스물 몇 살이라고
입에 올릴 수 있는 나이에는
그냥 나이를 말해주는 것만으로
그 나이에 젊음이 담긴다.
나이에 젊음이 담기는 시절에는
스스럼없이 나이를 말할 수 있다.
나이에 담기는 젊음이 시들해지고 나면
나이는 이제 서서히 비밀이 되어간다.
해마다 생일이 되면
케이크 위에 꽂히는 초들이
그 나이의 누설자가 된다.
그러니 그 초들이 달가울리가 없다.
그런데 한 시인이 나이 계산법을 달리하고 있었다.
두 해에 초 하나는 안 될까 그런 셈으로는 열아홉
후한 거래상을 만나면 네 해에 한 개도 가능할지 몰라
—황혜경, 「문제적 화자」 부분
지금껏 후한 거래상을 만난 적이 없다.
그냥 어느 곳에서나 부르는대로 초를 집어 주었다.
후한 거래는 고사하고
저희 가게에선 두 해에 초 하나씩밖에 드리지 않습니다라는
아주 기본적인 거래를 들고 나온 가게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아쉽다.
후하게 거래하자고 슬그머니 제안이라도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생일이 다 지나고 난 뒤에 시를 읽고 말았다.
내년에는 케이크를 살 때
그녀의 나이부터 20대를 갓넘긴 나이로
협상해 볼 생각이다.
시인은 네 해에 하나까지 꿈꾸었으나
그건 좀 지나치다 싶어서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인용된 시는 다음의 시집에 실려있다.
─황혜경, 『느낌 氏가 오고 있다』, 문학과지성사, 2013
4 thoughts on “시인의 나이 계산법 – 황혜경의 시 「문제적 화자」를 읽다가”
초 하나에 대충 세 살 정도씩 계산한 것 같은데요.ㅋㅋ
요즘은 초를 아예 나이 불문하고 하나나 두 개만 꽂고 후~ 불게도 하더군요.
시집 제목이 특이한데요.
최근에 읽은 시집 중에 가장 괜찮더라구요.
시의 문법이 많이 변하는 것 같아요.
변화가 좋아 보입니다.
아 선생님 생신이셧어요?
^^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나이먹어서 생일은 뭘요.
지나간지 한참 되었습니다.
시를 읽다 싯구절이 재미나서 그냥 찍어둔 사진 써본 거예요.
어쨌거나 축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