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생긴 물웅덩이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7월 19일 경기도 양평의 신원리에서

비가 심하게 내리자
도로에 물이 고여
곳곳에 웅덩이다.
웅덩이는 불편하다.
하지만 너무 불편해 하지 마시라.
웅덩이는 올려다 보던 모든 것들을
그 안에 담아 내려다 보게 해준다.
달도, 나무도, 모두가
웅덩이 속으로 내려다 보인다.
달은 그 아득한 높이로 언제나 다소 고고했으나
웅덩이 속에선 물을 찰박거리는 어린아이가 된다.
나무는 허공 속으로 머리를 들고
항상 높이를 탐구했으나
오늘은 웅덩이 속으로 물구나무를 서선
제 깊이를 가늠해보고 있다.
웅덩이는 높이 있던 것들을 모두
아래로 끌어내려 느낌을 새롭게 바꿔주었다.
그 곁을 지날 때
나는 가장 낮은 지상을 가면서
가장 높은 지상에 서 있었다.

4 thoughts on “길에 생긴 물웅덩이

  1. 모든 게 뒤집혀 역전된 날이었군요. 늘 뿌리로부터 줄기를 거쳐 찔끔질끔 물기를
    공급받던 꼭대기의 이파리들이 모처럼 온몸 푹 담그고 전신욕을 즐겼겠어요.
    신원리면 물소리길 다녀오셨나 봅니다.

    1. 한번 갔다가 길을 못찾고 산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찾아서 딱 반만 걸었습니다. 워낙 길어서 저는 나눠 걸어야 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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