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심하게 내리자
도로에 물이 고여
곳곳에 웅덩이다.
웅덩이는 불편하다.
하지만 너무 불편해 하지 마시라.
웅덩이는 올려다 보던 모든 것들을
그 안에 담아 내려다 보게 해준다.
달도, 나무도, 모두가
웅덩이 속으로 내려다 보인다.
달은 그 아득한 높이로 언제나 다소 고고했으나
웅덩이 속에선 물을 찰박거리는 어린아이가 된다.
나무는 허공 속으로 머리를 들고
항상 높이를 탐구했으나
오늘은 웅덩이 속으로 물구나무를 서선
제 깊이를 가늠해보고 있다.
웅덩이는 높이 있던 것들을 모두
아래로 끌어내려 느낌을 새롭게 바꿔주었다.
그 곁을 지날 때
나는 가장 낮은 지상을 가면서
가장 높은 지상에 서 있었다.
4 thoughts on “길에 생긴 물웅덩이”
모든 게 뒤집혀 역전된 날이었군요. 늘 뿌리로부터 줄기를 거쳐 찔끔질끔 물기를
공급받던 꼭대기의 이파리들이 모처럼 온몸 푹 담그고 전신욕을 즐겼겠어요.
신원리면 물소리길 다녀오셨나 봅니다.
한번 갔다가 길을 못찾고 산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찾아서 딱 반만 걸었습니다. 워낙 길어서 저는 나눠 걸어야 겠더군요.
웅덩이가 달을 포스트잇했네요 ^^.ㅎㅎㅎ센스 강추^^.
물마를 때까지 잘 붙어있을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