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잘 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와선
여름 더위를 식혀준다.
찜이라도 쪄먹을 듯한 더위가 몰려올 땐
반갑기 그지 없지만
바람은 장난기가 심하다.
들어올 땐 얼굴의 땀을 훔쳐주며
여름 더위 다 몰아내줄 듯
친절한 얼굴로 들어오지만
나갈 때는 간떨어질만큼 큰소리로 문을 꽝 닫으며
거칠게 방을 나간다.
그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아마 나가면서 낄낄거리고 웃고 있을 거다.
하지만 바람의 장난도
얇은 종이 한 장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문밑에 얇은 종이 한 장을 끼워놓자
바람이 그 종이 한 장을 못민다.
길거리로 놓이면 연신 몸을 뒤집으며
바람에게 후달릴 종이였지만
문의 아래쪽 틈과 맞잡고 늘어지면
바람도 그 얇은 종이 한 장을 이기지 못한다.
어느 한 편이 항상 지거나 이기는 건 없다.
6 thoughts on “바람과 종이 한 장”
재밌네요…ㅋㅋ
바람이 나갈 땐 거칠게 문을 꽝 닫으며 나간다… 실감나요.
그렇죠… 어느 한편이 항상 지거나 이기는 건 없지요.
일에 집중해 있을 때 그러고 나가니까 더 놀래요.
이기고 있다고 생각할 때 진 자처럼 겸손한 사람들좀 봤으면 좋겠어요.
잘 지내시죠?
얼굴본지 오래되었네요.
여름 바람은 종이 한장을 못 밀어내나 봅니다.
^^
얇다고 무시할게 아니었습니다. ^^
가끔 가족들 간에 메모로 소통하시나 보다 했는데, 저 얇고 팔랑거리는 종이가
바람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단 말이지요? 숨은 강자는 따로 있었군요.
바람이 발도 없는데 가끔 문을 박차고 나가더라구요. 종이 한 장으로 막았지만요. 바람의 부적이 따로 없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