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끝에 고양이 한 마리가 서 있다.
녀석의 눈초리는 나를 노려보고 있는
원망스런 눈초리이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언덕길을 내려오다
날개를 다쳤는지 날지 못하고
덤불 속을 푸드덕거리며 비틀거리고 있는
까치 한 마리를 보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내가 딱히 해줄 수 있는 일도 없어보여
그냥 곁을 지나쳤다.
이제 알고 보니 녀석이 까치를 덮친 것이다.
녀석은 까치를 덮치는데 성공했으나
바로 그때 내가 나타나고 말았다.
그러니 내가 원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 까치에 대한 아쉬움으로
녀석은 나를 노려보고 있다.
나는 녀석에게 저녁 식사 자리의 방해꾼이다.
자연에선 가끔 뜻하지 않게
인연이 뒤엉킨다.
다른 저녁은 찾았는가 모르겠다.

4 thoughts on “길끝의 고양이”
마주쳤을때..뭔가 들킨듯한 움찔함.ㅎㅎㅎ
작정하고 관여한 것도 아닌데 저렇게 한참을 노려보더군요. ㅋㅋ
호젓한 오솔길에서 지 녀석이 불청객일 것 같은데, 혐의를 뒤집어 씌웠군요.^^
산길에서 만나는 들고양이들, 저는 무섭고 싫어요.
요즘은 산에 가도 가끔 고양이를 만나요.
등산객이 던져주는 먹이가 중요한 식사라던데
종종 까치를 습격하는 것 같더라구요.
저는 덩치 차이 때문에 무서운 건 모르겠더라구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