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내가 한계령에서 대청까지 가는 데는 여섯 시간이 소요되었다.
나는 한계령길을 귀때기청봉과 대청봉 길의 분기점까지만 험하고,
나머지는 거의 평지와 다름없는 길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내가 평지라고 기억하고 있는 서북능선도 평지는 아니었다.
같이 간 그녀는 이게 무슨 평지냐고 한마디했다.
오늘은 서북능선의 동쪽으로 자리한 끝청에서 대청봉까지 가본다.
끝청에서 그녀의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말이 끝청이지 끝청은 끝이 아니다.
그렇지만 끝청은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다.
끝청의 매력은 바로 그곳에서부터 대청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지난 해 나는 대청이 눈에 보이자
그때부터 갑자기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던 기억이다.
하지만 끝청에서 대청까지도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중청으로 가는 길에 내려다본 내설악 풍경.
안개가 잠시 설악을 덮어두고 있지만
그 풍경도 나름대로 맛이 있다.
멀리 대청봉이 보인다.
지금은 중청을 지나고 있는 길이다.
어떤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살았길레
저 나무는 저렇듯 험난하게 삶을 마감했을까.
나무도 홀로 서 있기보다
두 그루씩 짝맞추어 서 있으면 좋겠다.
설악산 정상 부근에서
거친 바람에 휘말리고 나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둘은 때로 단순한 둘이 아니라
위안이고 힘이고 따뜻함이기도 하다.
중청 휴게소 앞에서 내려다본 외설악 풍경.
오늘은 설악의 어디를 내려보아도
안개의 베일을 쓰고 벗을 생각이 없다.
오늘 저 베일을 벗기려면
설악의 품으로 가까이 걸음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하지만 가끔 베일을 쓴 설악을 바라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중청 휴게소에서 대청봉 올라가는 길.
빤히 보이지만 40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그녀는 중청 휴게소에서 여장을 풀었으며,
나만 대청으로 올라갔다.
설악산 정상, 대청봉.
1708미터라고 적혀 있다.
대청봉에 오르면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
팔을 벌리기만 해도 비행기처럼 날아오를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멀리 끝청쪽을 바라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일몰을 기대하며 바람 속에서 버티고 서 있었지만
해를 등에 업은 짙은 구름이
영 저녁해를 내려놓을 기색이 없다.
해가 쏘아대는 빛은 구름의 위쪽으로만 퍼지고 있었다.
나는 대청에 오른 걸음을
한참 동안 하늘의 구름을 올려다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구름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성큼성큼 내 머리맡을 향하여 몰려오고 있었다.
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바라보며
나도 오늘밤 내가 묵어야 할 중청 휴게소를 향하여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5 thoughts on “대청봉 가는 길 2 – 끝청에서 대청까지”
고모는 올라간 걸까???
ㅎㅎㅎ
중청 산장에서 하룻밤자고 다음날 같이 올라갔다.
아, 글쎄 고모가 대청봉에 올라갔다니까~
증거도 남겨왔다니까~~^^::
저렇게 높은 산 정상에 길이 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게 정말 신기해요.
특히 새해 떠오르는거 보려고 그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거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죠.^^
설악산은 그렇게 험한데도 다른 산보다 사람들이 많아요. 오히려 월악산이나 치악산 같은 곳이 사람이 더 없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