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김봉환) – 다양성에 대한 이해

거리의 맥주집
Photo by Kim Dong Won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한 한국계 미국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겉모습이 구별되지 않는 사람들과 뒤섞여 거리에서
맥주 한잔 하는 것도 큰 행복일 수 있다.

다양성에 대한 이해(Understanding diversity)

나의 어린 시절(김봉환 Bong Hwan Kim)

어린 시절은 어린이들이 그들의 인종적, 민족적 정체성은 물론이고 성적 정체성을 깨닫는 시기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글은 한국계 미국인인 김봉환과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것으로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자랄 때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내 나이가 세 살이나 네 살쯤 되었던 1962년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때 아버지는 화학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우리들보다 먼저 미국에 와 계셨다. 아버지는 학위를 받은 후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동안 한국에 있는 세 자녀를 부양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 혼자 떨어져 있는 것이 견디기 어려워 가족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이기에 이르렀다… 내가 자란 곳은 뉴저지주의 버겐필드로 인구 4만 정도의 노동자 도시였으며, 주민의 대부분은 아일랜드나 이탈리아계 미국인이었다. 나는 마치 정신분열증을 앓는 존재처럼 살아야 했다. 우선 가족 내에서의 삶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따뜻함과 친밀함, 사랑, 그리고 나에 대한 보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학교와 친구들, 텔레비젼의 바깥 세상에선 전혀 다른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동떨어진 혼자였다. 나는 부모님이 나를 크게 도와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어린 시절 처음으로 차이를 경험했던 기억을 지금도 분명하게 잊지 않고 있다. 아마도 미국이란 나라에 와서 1년 정도 되었을 때의 일로 기억된다. 유치원 첫날이었으며, 유치원에서 먹을 점심에 대해 마음이 크게 들떠 있었다. 오전 내내 나의 책상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점심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차 있었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김밥[건조된 식용해초로 말아서 만드는 밥 덩어리]을 만든 뒤에 그것을 알루미늄 호일에 싸주셨다. 나는 정말 그 특별한 점심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었다. 기다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점심종이 울렸을 때 나는 행복하게 호일에 쌓인 김밥을 꺼내놓았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 모두가 그것을 가리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이렇게 말했다. “그게 도대체 뭐니? 어떻게 그런 걸 먹을 수가 있어?” 그때 내가 점심을 먹었는지 말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일이 있은 후로 어머니에게 점심은 참치나 땅콩 버터 샌드위치가 아니면 가져가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항상 한국 음식을 좋아했지만 그것은 이제 집에서만 몰래 먹어야 했다. 세상에는 한국인이 아닌 친구들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이 있었다. 어린 시절 나는 종종 냉장고 속에 든 음식이 부끄럽게 느껴졌으며,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서 그 음식들을 의아하게 여길 때가 바로 그때였다. 친구들은 병에 든 마늘을 보고는 이렇게 물었다. “설마 이런 걸 먹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안먹는데 부모님들은 드셔. 부모님들은 그런 이상한 것들을 많이 드셔.”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엔 누구도 친구들과 다르게 여겨지길 원치 않는다. 어린 시절의 우리는 누구나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아이가 되고 싶어한다. 친구들은 나를 “납짝 얼굴”(flat face)이라 불렀다. 좀더 자라자 친구들은 나를 “칭크”(중국인을 가리키는 대단히 모욕적인 말)나 “잽”(일본인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말)이라 부르거나 내게 “진주만을 기억하라”고 말하곤 했다. 어느 경우에나 아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나서 싸움을 벌이곤 했다. 심지어 고등학교 때도, 심지어 정기적으로 만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들조차도 화가 나면 “너는 그냥 중국놈에 불과해”라고 말을 했다. 나중에 그들은 아무 뜻없이 한 얘기라고 말했지만 그런 해명이 큰 위로가 되진 못했다. 누구나 화가 났을 때 진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나머지는 실제와는 다른 겉의 꾸밈에 불과하다.
친구들은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리는 네가 우리와 똑같다고 생각해. 너는 한국인 같지가 않아.” 그러한 말은 내 마음 속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내가 같은 반의 백인 친구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믿고 싶었다.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나를 왕따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내가 그들의 친구가 되는 것을 허용해주는 것에 대해 그들에게 감사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다른 사람이란 것을 환기하는 것은 고통스런 일이었다.
나는 가능한한 미국인처럼 되고 싶었다. 그래서 미식축구를 하고 치어리더와 데이트를 했다. 나는 술을 많이 마셨고, 그러면서도 멋진 척하려고 애썼다. 나는 스스로에게 나는 “미국인”이라고 확신을 시켰으며, 그 얘기는 한 사람의 정체성이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 나를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며 스스로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의 일부를 미국에서 보낸다는 것은 내게 있어 나의 문화적 민족적 정체성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대학에 진학한 뒤 나는 정체성의 위기에 처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으며, 나를 좀더 충만하게 느끼게 해줄 무엇인가를 기대했다. 한국에서 나의 존재는 미국에선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어느 정도 자유의 느낌을 주었다. 아울러 나의 부모님들을 훨씬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그들의 출신인 한국이 어떤 나라이고, 그들이 무엇을 경험했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희생과 사랑, 그리고 부모의 지원이란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것에 대해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방문은 삶의 의미에 대해선 답을 주지 않았지만 편안함과 소속감을 주었다. 그때 나는 내가 알고 있던 나의 일부가 진짜라는 것을 확인해주면서도 나의 직계가족 이외에는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나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곳이 이 세상의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료 출처: Edited by Karin Aguilar-San Juan. Copyright@1994. The State of Asian America. Boston, MA: South End Press. South End Press의 허가를 얻어 재수록함.

**이 글은 다음의 책에서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Margaret L. Andersen and Howard F. Taylor, Sociology: The Essentials, Seventh Edition, Wadsworth, 2013, p.71

7 thoughts on “나의 어린 시절(김봉환) – 다양성에 대한 이해

  1. 흐 ..일전에 선생님이 소개해준 시집 하나 선물 보냈습니다.

    어려운 시라서 그런지 질문하시면 꼭 해설부탁드려요,^^..
    그분에게도 선생님 블로그 소개시켜 줬거든요~

    1. 감사합니다.
      시는 그냥 어렵다고 머리 싸맬 필요는 없구요..
      아무리 난해시라고 해도 재미난 구절들이 있게 마련이예요.
      그런 구절 중심으로 읽으면 사실 난해시도 난해하지 않죠, 뭐.

  2. 저자들이 말하려는 게 문화충격인지, 아니면 문화적응인지 조금 모호하네요.
    김봉환씨의 다음 이야기가 안 나와 있어 잘 모르겠지만, 이 양반 다시 돌아가고
    싶었을 것 같은데요.^^

    1. 미국도 그다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대처가 되어있질 않았던 듯 싶어요. 근래에 구한 사회학책인데.. 이 얘기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항상 그냥 한눈에 여행자라는 것이 드러나는 곳으로 여행좀 하고 싶다는 얘기를 제가 하곤 했거든요. 여행자와 사는 건 많이 다르겠구나 싶었습니다.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어디나 살기 골치 아픈 듯 싶어요. 아, 이 분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1. 1962년에 서너 살이었다고 하니까 아마도 지금 50대 중반의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미국이 다문화 사회라고 하지만 그때는 그에 대한 대처가 잘 안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겠죠. 우리도 곰곰히 생각해 봐야할 문제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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