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의 꿈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8월 12일 서울 천호동에서

오늘은 술에 많이 취했다.
술에 취하면 이상 행동이 나온다.
횡단보도에 빨간 신호등이 분명히 켜져 있는데
무단횡단을 했다.
나를 아슬아슬하게 비켜간 택시가 멈추더니
죽을라고 환장했냐 이 개새끼야라고 욕을 했다.
나는 그 택시로 달려가서
그래, 나 죽을려고 환장했다, 이 개새끼야라고 응답했다.
신호등보다 못한 이 인간이란 이 존재가
생명을 걸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보다
너가 빨간 신호등만고보고 질주하는
이 세상이 그렇게 좋냐고 악다구니를 썼다.
이 세상을 바꾸는데 누구에게 희망을 걸겠냐.
그게 박근혜냐, 아님 너냐.
나는 너에게 내 목숨걸고 승부를 걸었다 이 개새끼야라고 말했다.
운전사를 별 미친 놈 다 보겠다는 듯이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그대로 가벼렸다.
그래도 양심있는 운전사였다.
술취해서 나의 아내도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이상 행동을 저질렀다.
가끔 나의 꿈이
한 사람의 인생을
무참히 짓밟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참 생각 없는 인간이다.
아내가 숨죽이며 나를 기다렸다가
화를 많이 냈다.
이상하게 그 화가 다 이해가 되었다.

4 thoughts on “무단횡단의 꿈

  1. 에구구.. 자칫 큰일날뻔 하셨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 더위와 며칠간 큰일 치르시느라 심신이 약해지신 터라
    일단 푹 쉬시면서 몸부터 추스리시고 천천히 일상을 회복하셔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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