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좋은 날의 꿈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8월 3일 서울 인사동에서

유난히 구름이 좋은 날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구름을 올려다 보는 장면을 꿈꾸었다.
하지만 구름을 보기 위해
걸음을 멈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그 실망을 메꾸기 위해
나만 실컷 넋놓고
구름을 올려다 보았다.

나는 꿈꾸었다.
구름이 부풀어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오늘 같은 날 눈앞을 방해하는 것 하나 없이
원없이 구름을 보라고
거리의 높은 빌딩들이
일제히 키를 낮추며
지상으로 납짝 엎드리는 장면을.
어느 건물도 키를 낮추지 않았고
거리에선 경찰 버스들마저 벽을 치고
내 시야를 가로막았다.
어느 것도 앞을 비켜주지 않았다.
구름이 더욱 높게
부풀어 오르는 수밖에 없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8월 3일 서울 시청옆에서

4 thoughts on “구름 좋은 날의 꿈

  1. 오늘 출근길의 커다란 뭉게구름도 아주 볼만해 문득 차를 세우고 구름 구경하고
    싶어졌습니다만, 아쉽게도 외곽순환도로 위였지요.
    사진 속의 사람들이 다들 키가 커 보이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게
    서서 찍지 않고 앉아서 찍어주신 것 같은데요.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으셨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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