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강변에
나무 두 그루 서 있다.
멀리서도 낯이 익다.
사람만 사람을
반겨주는 것이 아니다.
때로 낯이 익으면
나무도 시선에 들어오는 것만으로
반가움이 된다.
한동안 두물머리를 드나들면서
강변에 선 나무들과
낯을 익혔다.
예전엔 나무로 가는 길이 있었다.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농부들이 있었고
그 농부들이 내놓은 논둑길이 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나무로 가는 길이 지워졌다.
농부들이 쫓겨나면서
논과 밭은 모두
이름모를 무성한 풀들이 삼켜버렸다.
나무에게 주었던 마음도
길을 빼았겼다.
2 thoughts on “나무와 지워진 길”
운길산 봉우리들과 함께 두물머리를 지켜보는 눈처럼 보이네요.
어제 한겨레엔 주민들과 천주교측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호주나 영국 같은
생태학습장으로 만든다는 기사가 났던데, 어떻게 될런지요.
마지막까지 남았던 네 명의 농부가 그곳에서 일구었던 삶을 복원했으면 싶어요. 시골서 자란 저에겐 사람없이 버려진 자연은 그저 황량하기만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