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는 가을이 오면
논의 한가운데로 허수아비를 세웠다.
가을은 한번 걸음을 들이밀면
하루가 다르게 밀려들었다.
허수아비는 농부의 가을맞이 의식이었다.
농부의 뜻에 따라 가을을 마중나간 허수아비는
팔을 크게 벌려 가을을 환영했다.
거기까지는 아주 좋았다.
그런데 가을이 올 때면
참새떼도 함께 논으로 날아들었다.
허수아비는 처음에는 좋게 타일렀다.
농부님들이 여름내내 땀흘려 지은 농사이니
참새들아, 배는 어디 다른 곳에 가서 채워보렴.
하지만 쇠기에 경읽기였다.
결국 허수아비는 눈을 부라리며
참새떼를 논에서 쫓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가을을 환영하러 나섰다가
참새떼를 쫓는 게
허수아비의 일이 되어버렸다.
매년 가을,
가을을 맞으랴, 함께온 참새떼를 쫓으랴,
분주하기 이를데 없는 가운데
허수아비의 가을이 지나간다.
4 thoughts on “허수아비의 가을”
요즘 참새는 약아져서 허수모형가지고는 겁 안먹고.
대신에 폭죽소리..흔들리는 바람풍선인형이런 걸로 첨단화 되더군요.
참새 왈…허수아비야 너 뻥인거 알아…이럴지도.ㅎ
CD 허수아비에다 얇은 금박지 허수아비에게 다양하게 나오더만요. ㅋㅋ
요즘 신세대 허수아비들은 패션에 부쩍 신경쓰면서 참새떼들이 조금 우습게
여길 것 같아요. 옛날처럼 시커먼스 풍으로 서 있어야 다소 위엄이 설 텐데,
물소리길에서 만난 친구들은 힙합 아이돌 허수아비쯤 돼 보이던데요.^^
요즘은 허수아비가 참새 쫓으려는 것보다
그냥 가을의 향취로 하나 세워두는 듯 싶어요.
허수아비 서 있으니 가을 분위기 물씬 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