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비양도라는 섬이 있다.
협재해수욕장에 서면 바로 마주보이는 섬이다.
그 섬을 처음 본 것은
제주 공항에 내리기 직전의 비행기 속에서 였다.
날은 잔뜩 흐려 있었지만
비행기가 고도를 낮출 때 구름 사이로
언듯 그 섬을 보았다.
비행기는 섬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사진으로 찍어두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섬 하나가 사진으로만 남았다.
사진으로 남아 있었지만 그 섬의 이름은 알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몇해 뒤 다시 그 섬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협재해수욕장에서 그 섬을 보았다.
섬은 코끼리를 삼킨 어린 왕자의 보아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섬의 이름은 확실하게 챙길 수 있었다.
지나간 사진을 뒤적거리다
예전에 비행기 안에서 찍어두었던 섬의 사진을 다시 보게 되었다.
갑자기 섬의 이름이 궁금했다.
사진은 분명 제주 공항에 내리기 얼마전에 찍은 사진이었다.
그 인근의 섬은 비양도밖에 없었다.
다음에서 제공하는 항공지도를 살펴보니
비양도가 사진 속의 섬과 윤곽이 일치한다.
섬의 북동쪽으로 놓여있는 암초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하얀 파도까지 똑같다.
2009년에 처음 보았다고 생각한 섬이
사실은 그보다 5년전에
하늘에서 잠깐 스치듯 만난 그 섬이었다.
두 섬이 섬의 이름을 더듬어간 시간의 끝에서
아득한 세월 뒤에 다시 만났다.
우리가 만났던 모든 것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서로 남인양 떨어져 있기도 하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의 기억 속에서 반갑게 재회하며 하나된다.
가끔 기억이 기억과 기억이 만나는 재회의 장소가 된다.
4 thoughts on “제주 비양도”
저희는 딱 한 번 여름에 제주에 갔었는데 그 때 협재해수욕장에서 놀았어요.
해수욕장에서 봤을 때는 흔한 저 앞 섬이었는데
그걸 위에서 보니 계란 프라이 같기도 하고 아주 다른 섬같이 느껴지는 것이
새롭네요. ^^
눈앞에 빤히 보여서.. 헤엄쳐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ㅋㅋ
하루에 배가 두 번 들어간데요.
다음에는 배타고 한번 들어가 보자구요.
새벽에 사진 보는데, 꼭 계란 후라이 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순식간에 멋진 항공사진을 얻으셨네요.
아래 사진은 꼭 누가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한동안은 제주 가는 길의 바다 가운데 떠있는 섬인가 했어요.
알고 봤더니 제주 공항에 내리기 직전에 찍었더라구요. ㅋㅋ
처음으로 비행기탔을 때 찍은 사진인데
저는 창가에 못앉으면 자리에서 나와
가운데 빈공간의 작은 창으로라도 사진을 찍으면서 온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