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고백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10월 3일 경기도 양수리의 물소리길에서

나는 정말 너를
알차게 사랑하고 있다니까.
밤은 늘상 그렇게 주장했지만
아무도 밤의 얘기를 믿어주질 않았다.
항상 가시를 곤두세우고 있는 밤송이 때문에
밤의 얘기는 들어먹히질 않았다.
결국 밤송이는
속을 다 까뒤집어 보여주는 수밖에 없었다.
밤의 말대로 밤송이의 속엔
밤이 알차게 들어차 있었다.
속 하나는 이미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곧 남은 속마저 떨어져 나갈 것이다.
속을 보여주고 나자
속이 남아나질 않았다.

2 thoughts on “밤의 고백

  1. 속은 어떤지 몰라도 껍데기가 새까만 게 속깨나 타는 맹렬한 사랑이었나 봐요.^^
    사랑은 그만큼 끈질긴지, 용케도 남아 버티고 있는 게 애틋하고 가상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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