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그 나무의 앞에 섰을 때,
나는 그 자리에서 꽃을 보았다.
눈처럼 하얀 꽃이었다.
나무는 하얀 꽃으로 봄을 맞으면서
겨울을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꽃이 지고 난 뒤로
여름내내 그 자리엔 잎이 있었다.
무성한 초록의 잎이었다.
가을이 오자
봄의 그 나무가 궁금해졌다.
같은 자리를 다시 찾았을 때,
내가 본 것은 다시 꽃이었다.
불타는 듯한 붉은 꽃이었다.
나무는 붉은 꽃으로 가을을 맞으면서
불타는 듯한 태양볕과 함께 지글거리면서 보낸
여름을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초록잎의 징검다리를 밟고
꽃에서 꽃으로 건너가며
나무의 한 생이 흐른다.
지나간 계절의 기억도 그 자리에 있었다.
봄과 가을은 맞고 보내는 계절이면서
동시에 기억해두는 계절이었다.
4 thoughts on “꽃에서 꽃으로 흐르는 그 나무의 생”
사진의 대비가 시간의 대비로^^….
물론이지요..계절이 달라서..아침의 빛과 저녁 노을이 다르고..
비올때,눈올때..달리 보이는거..
나무는 그자리에 나무였는데 말이죠^^..
계절의 변화는 비교적 뚜렷해서 한해내내 같은 풍경을 계절별로 담아두었다가 사진으로 보는 건 꽤 괜찮은 작업같아요. 집에서 가까워 자주가는 올림픽공원은 특히 담아둘 곳이 많아서 좋습니다.
이렇게 보니까 꼭 사계를 안 채우더라도 이계도 볼만하군요.
같은 장소에서 벚꽃 필 땐 단풍을, 단풍 한창일 땐 고왔던 봄을 추억하는 것도
작은 즐거움과 그리움이지요.
내년에는 요기서 사계를 다 찍어볼까 싶기도 하더라구요.
은근히 그림이 잘 나오는 위치 같아요.
겨울은 눈쏟아지는 날을 골라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눈올 때 생각나면 한번 가보던가 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