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월요일에,
서울에 2013년의 첫눈이 왔다.
첫눈 소식을 알린 것은 충청도였다.
아는 이가 눈이 온다고 알렸다.
충주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이었다.
그녀는 지금 태안에 눈이 온다고 하네라고 했다.
그녀가 아는 이는 태안에서 눈소식을 전했다.
가끔 첫눈은 이게 첫눈인가 싶게 온다.
그러나 오늘 서울의 첫눈은 아주 독특하게 왔다.
오전의 하늘은 눈을 점치기 어려웠다.
골목 끝에 구름이 떠 있었고 하늘은 맑았다.
그때까지는 전혀 몰랐다.
구름이 눈을 뭉쳐서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잠시 외출을 했다.
집을 나가는 그녀에게 지금 눈오냐고 물었다.
그녀가 눈은 뭔 눈이야라고 반문했다.
지금 트위터에선 서울에 눈온다는데.
요즘은 날씨 소식을 트위터에서 가장 먼저 듣는다.
밖을 나간 그녀가 곧바로 전화를 했다.
지금 눈와.
잠시후 그냥 오는 정도가 아니라 퍼붓기 시작했다.
동네가 모두 눈에 잠겼다.
올해는 아파트 마당의 느티나무가
가을에 널어놓은 색을 다 걷기도 전에 첫눈이 왔다.
눈은 게릴라처럼 왔다가 가버렸다.
하지만 색은 그대로 놔두고 갔다.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눈이 그쳤다.
하늘에선 햇볕이 쨍했다.
눈이 왔다는 얘기를 뒤늦게 들은 사람들은
모두가 거짓말이라고 했다.
구름은 다시 눈을 뭉쳐서 들고 있었다.
나는 구름이 언제 다시 우리에게 눈뭉치를 집어 던질지 궁금해졌다.
오전에만 해도 전혀 짐작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오늘의 눈은 구름이 뭉쳐서 던진 눈뭉치였다.
눈은 다시 시작되었다.
첫눈 얘기를 거짓말이라던 사람들은
그 말을 철회해야 했다.
오늘의 눈은 산발적으로
마치 산발한 여인처럼 내렸다.
아파트 난간의 기둥을 부여잡은 눈은
얼굴을 내민 햇볕을 솜사탕처럼 빨며
스르르 녹아내렸다.
햇볕은 달콤했을까.
아파트 마당의 느티나무는
눈으로 색의 치장을 달리했다.
가을색을 버리고 잠시 겨울색으로 갈아입었다.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앞쪽 아파트 한 귀퉁이,
그늘진 곳의 나무는
유난히 완연한 흰색으로 변신을 했다.
하지만 그 또한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화단엔
단풍나무와 아직 이름을 알고 있지 못한 나무 한그루가
서로를 이웃하여 서 있다.
두 나무는 모두 아직 무성한 잎을 고집하고 있었다.
그 고집 위에 오늘 눈이 쌓였다.
오늘의 이 축복을 위하여 그 고집을 부렸나 보다.
앞집의 처마에도 눈이 덮였다.
하지만 눈이 그치고 해가 나자
어디에서도 눈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금 말짱한 하늘이
잠시 늦은 오후와 저녁 시간을 채워주곤
하루를 마감했다.
첫눈이 왔고, 눈녹듯이 사라졌다.
4 thoughts on “2013년 서울의 첫눈”
첫눈 내리는 순간을 잘 포착하셨네요.
날이 차가워지긴 했어도 예년에 비해 좀 이른 것 같아 일기예보를 들으면서도
무덤덤하게 지나갔는데, 화면으로 첫눈 내리는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저는 예보도 못들었는데 트위터에서 다들 눈온다고 난리였습니다. 오전에 잠시 동사무소 다녀왔는데 그때만 해도 생각도 못했었죠. 어쩐 일로 그때 나가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나중에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ㅋㅋ
바로 옆동네는 눈내리는데…
여기는 하늘이 눈은 커녕 멀꿈할때…
좁은 지역인데 이렇게 날씨의 편차를 느낄때…
지구가 많이 아푸구나 했습니다….
나만 아푼게 아니라 지구도 아푸네 라고 뇌까렸습니다.
어제 눈은 서울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내리더라구요. 여기 그쳤는가 싶으면 광화문에서 눈내린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그랬어요. 충청도는 제법 내린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