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사용자이고 애플 제품을 많이 좋아하지만 한가지 제품에 대해선 늘 불만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애플의 마우스였다. 애플은 다른 것에 대해선 많은 신경을 쓰면서 마우스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때문에 마우스 만큼은 애플 제품을 사랑해주기가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전체적으로 함께 써야 디자인의 조화가 돋보이는 것이 애플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마우스는 다른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용하다 보면 제품의 불편도 적응하게 마련인데 마우스만큼은 그렇게 되질 않았다. 컴퓨터는 언제나 맥이었고, 그 맥은 모양이 달라져도 여전히 맥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이었지만 나의 맥에 연결되어 있는 마우스는 애플이라는 이름의 동질성을 지켜주지 못했다. 근래에는 계속 애플의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만족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여전하다.
처음 애플의 마우스는 볼 마우스였다. 사실 한 때 모든 마우스는 볼 마우스였다. 밑에 볼이 들어있고 이 볼이 구르면서 속의 작은 롤러를 굴려 작동이 되는 마우스였다. 지금은 갖고 있질 않다. 다만 윈도 머신에서 쓰는 볼 마우스가 하나 남아 있다.
볼 마우스는 쓰다보면 안쪽의 볼 부분에 먼지가 끼면서 작동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곤 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볼이 있는 부분을 열어서 청소를 해줄 수 있었다. 열어보면 볼의 주변에 있는 롤러에 때가 까맣게 달라붙어 있었다. 그 때를 제거해주면 마우스는 다시 잘 작동이 되었다. 볼 마우스 시절에는 그냥 애플 마우스를 사용했다.
애플 마우스의 사용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마우스 연결 부위가 일반 윈도 머신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USB라는 똑같은 연결 방식을 사용하지만 예전의 맥과 PC는 모든 것이 서로 달라 거의 호환이 어려웠다.
마우스의 연결 방식이 USB로 바뀌면서 애플의 마우스도 변화를 겪었다. 기본으로 주는 마우스가 도넛처럼 둥글게 되어 있는 방식이 나왔다. 디자인의 독특함은 봐줄만 했지만 불편은 여전했다. 애플은 버튼 하나의 마우스를 끈질지게 고집했다. 오른 클릭의 편리함을 한번 맛보고 나면 그 불편은 감내하기가 어려웠다.
애플 마우스에서 오른 클릭을 하려면 클릭을 하고 잠시 마우스를 그대로 누르고 있거나 컨트롤 키를 누르면서 클릭을 하면 되었지만 된다고 수용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방법이 불편하면 되도 수용이 되질 않았다.
마우스는 볼 마우스에서 광마우스의 시대로 바뀌었다. 볼은 없어졌고 대신 마우스 밑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광마우스의 시대가 되면서 애플 마우스에 적응을 못한 나는 마우스 만큼은 다른 제품을 썼다. 가장 많이 사랑받은 것은 맥컬리 제품이었다. 맥컬리 제품은 심지어 맥용 드라이버까지 제공했다.
사진의 맥컬리 마우스는 푸른 색이지만 덮개를 여섯 개나 제공하여 그때그때 마음이 내키는대로 색깔을 바꾸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색은 대게 푸른 색이거나 빨간 색이었다.
좀더 편리하고 좋은 마우스에 대한 집착이 점점 커져 심지어는 미국에서 직접 주문해서 마우스를 구입하기도 했다. 사진의 마우스는 노트북에 연결하여 쓰면 딱 좋은 미니 마우스이다. 사실 너무 작아서 쓰기에 불편했다.
광마우스는 먼지가 들어갈 구멍이 없어 더 이상 때가 끼는 일은 없어졌지만 쓰다보면 클릭을 했을 때 클릭이 클릭으로 끝나질 않고 클릭 상태로 떨어지질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말하자면 클릭 버튼이 고장이 나곤 했다. 그렇게 한번 클릭 버튼이 고장나면 마우스를 바꾸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볼 마우스는 고장이 거의 없었지만 광마우스는 여러 번 고장을 경험했다.
애플은 마우스 디자인을 또다시 바꾸었다. 디자인으로만 보면 이때의 애플 마우스가 가장 좋았다. 투명한 덮개를 갖춘 광마우스였다. 흰색 제품과 함께 속이 까만 제품도 나왔는데 둘 다 미적으로 매우 뛰어났다. 좌우를 나누지 않고도 오른 클릭이 되었지만 여전히 휠은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동안 휠의 편리함을 맛본 나는 휠이 없는 마우스는 아무리 디자인이 좋아도 쓸 수가 없었다. 휠 하나만 갖추면 딱이다 싶은 마우스였다.
그러다 드디어 휠을 갖춘 마우스가 애플에서 나왔다. 보통 휠은 위아래로만 회전이 되었다. 마이티 마우스라 불린 애플의 마우스는 이 휠이 360도로 회전이 되었다. 화면을 위아래, 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제 그동안 사용했던 모든 마우스를 버리고 애플의 마이티 마우스에 정착을 했다.
새로운 애플 마우스의 휠은 휠인 동시에 버튼이기도 했다. 이는 사실 다른 마우스의 휠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다른 마우스의 휠은 클릭 버튼으로 사용하기에는 감도가 너무 뻑뻑하다. 애플 마우스의 휠은 클릭을 했을 때의 감도가 말할 수 없이 뛰어나다.
나는 이 휠 버튼에 닫기 명령을 할애하여 사용했다. 윈도를 사용하다 닫으려고 했을 때 그냥 휠 버튼을 클릭하면 보고 있던 창이 닫혔다. 굳이 윈도를 닫기 위해 한쪽 구석에 있는 윈도의 닫기 아이콘으로 가서 클릭을 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마우스 위에서 클릭을 하는 것으로 곧바로 창을 닫는 이 기능은 한번 사용해보면 말할 수 없이 편리하여 이 기능이 없이는 컴퓨터 작업이 어려워졌다.
그러나 마이티 마우스도 문제가 있었다. 처음에는 잘 작동이 되는데 어느 정도 사용하다 보면 휠이 스크롤이 되질 않았다. 휠 주변의 틈으로 먼지가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또 휠 버튼도 말을 듣지 않았다. 예전의 볼 마우스처럼 열어서 청소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지도 않았다.
한동안 A4 신공이라 불리는 방법으로 마우스를 사용해야 했다. 깨끗한 A4 용지에 마우스를 눕히고 볼을 눌러 긁어주는 방법이다. 이렇게 몇번 긁어주면 휠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었다. 그러나 너무 먼지가 많이 끼얹는지 나중에는 이 방법도 통하질 않았다.
애플 마우스는 사실 버튼이 마우스의 좌우 양쪽에도 있다. 휠 버튼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옆구리 버튼을 활용하는 것으로 대체가 가능했다. 휠이 말을 듣는 동안에는 이 옆구리 버튼으로 버틸 수가 있었다. 그러나 휠 자체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휠없는 마우스가 되었다. 그 불편은 감내하기 어려웠다.
사실 오래 사용하긴 했다. 애플 로고의 가장자리로 낀 때가 그동안 사용해온 세월을 잘 말해준다. 속에 먼지가 많이 들어갔을 것이다.
할 수 없이 애플의 매직 마우스를 꺼냈다. 휠이 아니라 정전기로 작동이 되는 마우스이다. 그냥 마우스 위에서 손을 움직이면 그 손의 방향을 따라 스크롤이 된다. 말하자면 마우스 전체가 휠이다.
이 마우스는 사실 편리하기 이를데 없다. 그런데도 그동안 이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마우스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었다. 이 마우스를 쓰면 마우스를 들고 아령 운동을 하는 느낌이었다. 이 마우스를 쓰다가 마이티 마우스를 손에 잡으면 솜털처럼 가벼웠다.
버튼이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하지만 이는 BetterTouchTool이라는 유틸리티를 이용하여 세 손가락 탭으로 설정을 할 수 있다. 손가락 세 개로 마우스를 톡치면 그때 창이 닫히도록 설정을 하는 것이다. 또다른 단점은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휠 버튼처럼 동작의 경계가 명확하질 않았다. 어떨 때는 톡쳐도 닫히질 않고 어떨 때는 어떨결에 올려놓은 손가락 세 개가 창을 닫아버린다. 하지만 스크롤 하나만큼은 애플의 기본 마우스보다 훨씬 편리했다.
매직 마우스는 웹 페이지를 살펴볼 때는 사실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세 손가락 탭도 잘 작동이 되고 손가락으로 좌우를 쓰는 방법을 이용하면 쉽게 지난 페이지나 앞 페이지로 갈 수 있다. 이런 점은 말할 수 없이 편리하다.
결국 청소를 하기 위해 마이티 마우스를 뜯고 말았다. 마이티 마우스는 한번 뜯으면 다시 조립을 할 수가 없다. 밑의 고정쇠가 본드로 접착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체를 하여 먼지를 모두 제거했다. 엄청난 먼지가 들어 있었다. 먼지를 제거하고 나니 새 것처럼 잘된다. 다만 다시 조립이 되질 않아 고정쇠는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놓아야 했다. 다들 그렇게 쓴다고 한다. 가끔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본드로 붙여놓는 것은 현명한 짓이 못된다고 했다.
마우스는 마이티 마우스가 나오면서 애플의 마우스에 정착하는가 싶었는데 결국 청소를 못하게 되어 있는 결함 때문에 매직 마우스를 병행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이 참에 매직 패드로 넘어가 볼까 생각 중이다. 어차피 매직 마우스나 트랙 패드나 사용법은 똑같은 데다가 매직 패드는 매직 마우스에는 없는 기능도 많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랜 마우스 편력이 매직 패드에서 마감될지 모르겠다.
매직 패드는 딸의 맥북에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는 트랙 패드를 통하여 그 기능을 이미 경험했다. 패드에서는 일단 마우스를 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무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분간 마우스는 매직 마우스와 마이티 마우스의 공존으로 가게 되었다. 돈이 생기면 매직 마우스는 매직 패드로 교체될지도 모른다. 여지껏 사용해본 애플의 마우스 중에선 마이티 마우스가 그래도 최고이다. 청소나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제품이 나왔으면 더 바람이 없겠다 싶기도 하다.
4 thoughts on “나의 마우스 편력기”
재밌고 유익한 기사입니다.
잡스 형님이 살아 계셔서 이 간증을 읽으셨어야 했는데..ㅋㅋ
쥐를 싫어해서 그랬던 건가 싶기도 하고.. ㅋㅋ
디자인이 좋아도 기능을 방해 하면서까지 디자인만 추구하면
결국 이게 허식이 되는 경우는 아닐까 싶네요.
일단은 움직이는대로 잘 따라주는게 먼저겠지요….
소주병이 아무리 이뻐도 마셔서 취하지 않는 소주라면 안되잖아요.ㅎㅎㅎ
매직마우스가 무선인데.. 유선 매직 마우스가 있었으면 싶어요.
건전지 무게 때문에 무겁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