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과의 태양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10월 21일 강원도 동해의 망상해수욕장에서

강원도 동해의 망상해수욕장에서
아침 해가 뜨는 광경을 보았다.
그동안 배우기로는
태양을 끊임없이 폭발을 거듭하고 있는
가스 덩어리로 배웠지만
그동안의 배움이 의심스러워졌다.
구름 속으로 머리를 둔 태양은
빛을 사선으로 뻗어
마치 다리처럼 바다로 내리고
하늘로 솟아 오르고 있었다.
바다로 내린 빛의 다리는
아무리 봐도 문어 다리였다.
구렁이가 여러 해를 묵어 이무기가 되고
그 다음에는 하늘로 승천하여 용이 된다고 하던데
혹시 태양도 문어가 오랜 세월을 묵어
드디어 하늘로 승천할 수 있는 영험한 힘을 얻은 뒤에
하늘로 떠오른 것이 아닐까.
너무 눈이 부셔
사람들이 그동안 정체를 헷갈린 것은 아닐까.
또 문어도 머리가 둥글지 않은가.
어느 날 내가 망상해수욕장에서 맞은 아침에
태양은 지금까지 배워온 것과 달리
문어과의 바다 생물이었다.
옛날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내게 그 비밀을 들켰다.
어둠은 문어과의 태양이
밤마다 우리의 지구로 쏴대는
먹물일지도 모르겠다.

4 thoughts on “문어과의 태양

  1. 비행접시라면 몰라도 아무리 봐도 문어 다리 같아 보이진 않는데요.^^
    아무래도 望祥해변에서 잠시 妄想에 젖으셨던듯 하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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