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도 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2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꿩도 분명 새다.
다른 새들처럼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꿩은 거의 언제나
땅을 기어다닌다.
땅을 기어다닐 때는
어찌나 날렵한지
날 때보다 더 빠르다.
그 꿩 한 마리가
나무에 올라 계속 꿩꿩 거리며
울어대고 있었다.
풀숲을 낮게 기다
옆을 가는 사람들의 인기척에 놀라
화들짝 날아가는 경우는 보았어도
나무에 올라앉은 꿩은 난생처음이었다.
나도 새라며,
이 정도는 너끈히 날아오를 수 있다며,
그러니 나를 무시하지 말라며,
세상에 항의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 알았다.
꿩도 새다.

4 thoughts on “꿩도 새다

    1. 어찌나 꿩꿩대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한번씩 올려다보고 가더라구요. 모두가 아마도 누가 꿩 아니랄까봐 그랬을 것 같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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