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12월 6일 서울 천호역에서

우리가 글자에 급급할 때
누군가는 손끝으로 점을 더듬어
글자를 읽어낸다.
우리도 한때는
손끝에서 상대를 읽어낸 적이 있었다.
사랑할 때였다.
그때 우리는
맞잡은 손의 체온과 촉감으로
사랑을 감지하고
그 느낌으로 사랑을 읽었다.
살다보면 먼 과거의 일이 되고 만다.
우리는 여전히 글자는 잘 읽고 있지만
손끝으로 상대를 볼 수 있었던
그 촉감의 시선은 잃고 말았다.
우리는 눈은 그대로이나
손은 멀었다.

4 thoughts on “점자

  1. 생활 가까이에서 점자를 보는 건 엘리베이터 층수 누르는 덴데,
    만져 느끼라고 새겨 넣은 걸 늘 바라보기만 했던 것 같아요.
    눈에 주었던 힘을 조금 빼고, 손끝에 살짝 힘을 주어야겠습니다.

    1. 손끝으로 읽는게 사실 체온을 전달받아서 좋은 건데.. 겨울철은 특히나 손끝으로 읽으며 넘겨야 하는 계절이다 싶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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