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면 아파트의 경비아저씨가 눈을 쓸어 길을 낸다.
살짝 내린 탓일까.
아저씨는 길을 내는데 그치질 않고
아파트 마당의 눈을 모두 쓸어 깨끗이 한쪽으로 몰아놓았다.
아마도 눈을 쓸기 전에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나 보다.
자전거를 살짝 비켜 걸어간 누군가의 발걸음도 보인다.
모두 하얀 흔적으로 남았다.
눈은 아저씨의 빗질 끝에 밀려 사라졌으나
눈이 사라지기 전에 견뎌야 했던 무게는 고스란히 남았다.
때로 눈의 뒤에 눈이 견딘 무게가 남는다.
사랑이 지나가고 나면
사랑하는 사람과 살면서 견디고 이겨낸 무게의 흔적만 남는다.
더 이상 사랑은 보이질 않는다.
사는 것에 치여 사랑이 한켠으로 밀려난 탓이다.
8충에서 내려다본 마당의 눈자국이 말했다.
이젠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듯 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견디면서 남긴 무게의 흔적이 사랑이야 라고.
골목과 건너편 아파트의 마당은 아직 눈에 덮여있다.
눈에 덮여있는 풍경도 괜찮았지만
무게를 견디고 흔적으로 남은 눈의 자국도 보기에 괜찮았다.
앞으로도 잘 견뎌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thoughts on “눈과 무게”
자국이 눈도장처럼 찍혔네요^^..
여튼 선생님 감성은 늘 감동입니다..
가끔 바로 눈앞에 놀라운 감성의 세계가 있더라구요. ㅋㅋ
흔적으로 남아 있는 눈자국에 경의를!^^
잘 견뎌봐야겠다는 다짐에도 응원을!ㅋㅋ
훗날 끝까지 견디고 나면 그날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노라 견딤의 기록에 덧붙여 두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