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시간은
나무를 벗어나지 않는다.
나무의 시간은 항상 나무에 머문다.
계절이 봄을 지나 여름으로 건너가도
나무는 그 시간의 흐름을
나무에 담아놓을 줄 안다.
물의 시간은 물과 함께 흐른다.
물이 끊임 없이 움직일 때
물의 시간도 물과 함께 끊임 없이 움직인다.
물은 시간을 멈추고
나무 곁에 머물고 싶었으나
물이 가진 시간의 운명은
그 욕망을 허용치 않는다.
물의 그 욕망은 강변에 버려진
커다란 플라스틱 통을 만나면서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물은 시간을 멈추고 나무 곁에 머물게 된다.
나무의 곁에 머물게 되어 한없이 행복했지만
그러나 시간을 멈춘 물은 그때부터 썩기 시작한다.
몸이 썩는 것도 마다않고 물은 나무 곁에 머물고 싶었다.
그 품에 나무 그림자를 안은 것만으로
물은 썩는 몸의 고통을 잊는다.
머무는 시간의 존재와
흐르는 시간의 존재가 만날 때
사랑은 순탄하지 않다.
하지만 썩는 몸도 마다 않는 그 사랑은
한폭의 그림이 되었다.
사랑은 썩어가면서도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오래 견딘다.
썩어가면서도 견딜 수 있는 것은
사랑은 썩어가면서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2 thoughts on “물과 나무”
저 큰 나무를 오롯이 담아낸 걸 보니
물통이 장착한 표면 렌즈는 20mm쯤 되는 초광각렌즈임에 틀림없겠습니다.^^
강변으로 숲이 엄청나게 우거져서 강가까지 가기도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래도 겨울이라 좀 수월했어요. 하루 강변의 숲을 헤집고 다니고 싶었습니다. 사람은 하나도 보이질 않더군요. 풍경 독차지하고 사진찍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바로 곁이 사람사는 동네였지만 물통 속의 물은 거의 무인 고도에서 나무를 독차지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