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6월 14일 서울 천호동에서

이슬 같이 맑다며
나를 그토록 좋아한 당신은
오늘도 찌르르 심금을 울리는
우리의 대화가 끝나자
나를 이렇게 버려두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골목길을 걸어 사라져갔다.
우리는 항상 대화의 끝이 안좋다.
하긴 나도 좀 이상하긴 하다.
얘기를 하다 보면
얘기가 바닥을 보이고
바닥을 보이면 더이상 할 얘기도 없다.
바닥을 모르는 깊은 대화가 나의 꿈이지만
나의 액체성 대화는
모든 액체들이 그렇듯이
언제나 바닥을 보고야 만다.

8 thoughts on “배신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