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하늘의 눈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3월 8일 경기도 덕소의 새재고개에서

어렸을 적, 산에 가면
저녁해를 산너머로 보내고서야
산을 내려오곤 했었다.
산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낮으막한 집 뒤쪽의 동산에선
어두워지는 저녁 시간에도
발길에 여유를 둘 수 있었다.
밤의 산길은 어두웠지만
지형의 윤곽만 보고도 앞을 짐작할 정도로
몸은 길에 익숙해 있었다.
마을의 뒷동산은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다들 어둠을 두려워했다.
이야기가 만들어낸 귀신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만 만났을 뿐
한번도 직접 본 적이 없다.
달이라도 뜨면
산을 내려가던 걸음은 또 자리를 잡고
시간을 뭉개기 일쑤였다.
특히나 산을 내려오다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중간쯤에선 더더욱
산길을 내려가는 걸음이 안심을 하면서
오래도록 걸음을 멈추곤 했다.
그렇게 산중턱에 앉아 쳐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하늘의 달과 눈이라도 맞추고 있는 듯 했다.
눈빛이 은은하여 눈맞추고
오랫동안 얘기나누기 딱 좋은 눈이었다.
그리고 눈을 맞추면
우리들을 그 마음에 담아주는 눈이었다.
겉으론 쳐다보고 있었지만
나는 사실 그때 하늘에 안겨 있었다.

4 thoughts on “달, 하늘의 눈

  1.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계시군요.^^
    저희 동네도 나즈막한 언덕이랄까 야산이 있긴 했지만, 저는 당최 무서워서리
    밤에 뛰놀면서 달에 대해 갖고 있는 이렇다 할 기억이 남아 있지 않네요.

    1. 저는 유난히 혼자 놀기를 좋아해서.. 그 어릴 적에도 혼자 산을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애들이 항상 묻곤 했었죠. 무섭지 않아? 산을 올라가면 동네에서 보이지 않는 묘소들이 있곤 했는데 낮엔 그 잔디밭에서 누워자기도 하고.. ㅋㅋ 지금은 아마 그 묘소들도 다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한번 올라가보고 싶은데 사람들이 다니질 않아 길이 다 없어지는 바람에 풀들이 어찌나 무성한지.. 이제는 올라가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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