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 씨앗의 날개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3월 15일 서울 한강변에서

새만 날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박주가리 씨앗도 날개를 갖고 있다.
박주가리 씨앗의 날개는
깃털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날개는 비단실처럼 가늘고 길며
날개가 수없이 많다.
또 윤기흐르는 흰색의 빛을 낸다.
날 때는 바람의 도움을 받는다.
때문에 바람이 불면
박주가리 씨앗은
씨앗으로 머리를 삼고 비상을 꿈꾼다.
하지만 정착하면 날개를 버리고
씨앗으로 돌아간다.
나뭇꾼의 선녀는
정착을 한 뒤에도 하늘을 잊지 못했지만
박주가리 씨앗은 비상을 위해 날개옷을 준비하긴 해도
정착하고 나면 날개옷을 버린다.
한때 비상을 꿈꾸었으나
정착을 한 뒤로 그 꿈을 잊은 사람이 있다면
그도 박주가리과일 수도 있다.
박주가리는 그렇게 비상의 꿈을 잊지만
봄의 한강변을 걷다 보면
매년 봄 박주가리 씨앗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3월 15일 서울 한강변에서

4 thoughts on “박주가리 씨앗의 날개

  1. 특이하게 생겼네요. 이름으로 봐서 나중에 길다란 박이 생기나 봅니다.
    막상 보면 끈끈한 게 별 볼품 없을 것 같은데, 사진 속에선 은발을 날리는
    멋쟁이로 소개되는군요. 한강변에 저런 게 있다니 신기합니다.

    1. 하남쪽 한강변에 특히 많더라구요. 어제 아파트가 시설 보수하느라 세 시간 정도 정전이 되었는데 그 핑계로 어린이대공원 가보았더니 정말 꽃많이 피었더군요. 덕분에 박주가리도 봤는데 씨앗은 다 날아가고 열매 속은 텅비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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