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아파트

Photo by Kim Dong Won
2014년 4월 2일 서울 명일동의 삼익아파트에서

나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라
노래 부르며 자랐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약간 갸우뚱거리게 되긴 했다.
뒷쪽에 나오는 “울긋불긋 꽃대궐”이란 말이
잘 수긍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동네에 꽃이 피는 나무들이 있기는 했지만
꽃대궐을 입에 올릴 정도는 못되었다.
물론 기억나는 꽃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 뒤로
아카시아 나무가 우거져 있었고
꽃이 피면 장관을 연출했다.
하지만 기억은 그 정도에서 멈추고 만다.
딱히 꽃과 관련하여 깊이 새겨진 기억이 없다.
오히려 꽃피는 나무는 서울에 더 많은 것 같다.
벚꽃 필 때의 남산은 걸을만하다.
창경궁은 또 어떤가.
멀리갈 필요도 없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있다.
30년 넘은 명일동의 아파트에선
온갖 꽃들이 봄마다 꽃노래를 합창한다.
그 명일동 삼익아파트의 벚꽃이 만개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아파트”라 노래불러도
얼마든지 자연스러울 것 같다.
다른 꽃들도 많아
“울긋불긋 꽃대궐”이란 노랫말도 수긍이 된다.
그 노래가 아무래도
멀리 내다본 노래가 아니었나 싶었다.

4 thoughts on “꽃피는 아파트

  1. 한낮에 봐도 좋지만 이렇게 저녁 무렵 조명을 받은 벚꽃도 아름답네요.
    어렸을 때 서울에선 벚꽃이 흔치 않았는데,
    요즘은 어딜 가나 벚꽃길이 조성돼 있어 그만큼 친숙해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삼십 년이 흐른 뒤엔 또 어떤 꽃이 봄을 대표하게 될지 궁금하네요.

    1. 동네 돌면서 보면 아파트에 제일 꽃이 많아요. 서울의 요즘은 어디가나 벚꽃 구경은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목련하고 벚꽃이 조금 순서를 달리해서 피는데 올해는 거의 동시에 피어서 동시에 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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